'진짜보다 더한 가짜’ 짝퉁 미술사
미술감정 전문가가 말하는 가짜의 세계
| 2010. 01.30(토) 08:3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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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미술품 위조는 인류 역사만큼이나 오래됐고, 인류가 지속되는 한 계속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일확천금을 꿈꾸는 시대 풍조와 노골적 영리주의, 그리고 탐욕 때문이다. 진품(眞品)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함으로써 위작이 판치게 된다고 설명한다.
미술품 전문가 그 역시 위조품을 구입한 적이 있다는 고백도 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15년간 미술품 약 5000점을 검사했는데 40퍼센트가 위조품이거나 위작과 거의 다를 바 없는 작품들이었다는 것. 메트로폴리탄이 자랑하던 '에트루리아 전사' 조각상도 기원전 6세기가 아닌 1910~20년대에 이탈리아 위조꾼들이 만든 작품으로 판명됐다. 게티미술관의 그리스 청년 조각 입상(立像)엔 '기원전 6세기 혹은 현대'라는 제작 추정 연대가 붙어 있다.
프랑스 화가 카미유 코로(1796 ~1875)는 평생 2000점 정도를 그린 것으로 알려졌으나 미국 세관을 통과한 그의 그림만 2만7000점에 이른다. 나치에 베르메르의 명작을 팔아넘긴 '매국노'로 비난받다가 "사실 그 그림들은 내가 그린 위작"이라고 발표해 영웅 취급을 받았던 판 메이헤른 사건도 유명하다.
아예 3500점의 가짜를 만들어 '베라 크루즈 양식'이라는 문명 하나를 통째로 만들어낸 브리기도 라라라는 위조범도 있었다. 현대뿐 아니다. 고대 페니키아 사람들은 고대 이집트 양식을 베꼈고, 그리스풍(風)을 좋아하는 로마 시민들의 입맛에 맞춰 로마의 공방에선 '그리스 진품'들이 쏟아져나왔다. 지은이는 대학원생 시절 인상주의 미술을 전문적으로 위조하는 프랭크 켈리라는 사람을 만난 특이한 경험도 있다. 어느 날 상자 가득 담긴 르누아르·고흐·모네의 위작을 들킨 이 위조작가는 '비밀 엄수'를 다짐받고 지은이에게 위조미술 세계의 은밀한 부분을 보여줬다. 그는 르누아르 풍경화는 2시간, 세잔의 정물화는 3시간이면 만들어내는 '선수'였다. 그는 '정확한 박자'를 강조했다. 원작자들이 그림을 그릴 때처럼 편안하고 자유로운 느낌으로 원작자의 여러 작품에서 필요한 요소들을 끌어모아 '혼성모방'을 했다. 그러면서 프랭크는 '위작은 원작보다 더 예쁘고 매력적이며 심지어 원작보다 더 오래돼 보인다' '과학적 방법보다는 눈에 보이는 것을 중시해야 한다' 등 위작을 가리는 방법까지 일러준다.
위조품은 발각되지 않고 시간이 흐르면 다른 위조품의 모델로 활용되기 때문에 영원히 발각되지 않을 수도 있다. 넘쳐나는 가짜의 홍수 속에서 미술애호가들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까. 지은이는 "욕구와 긴박함과 탐욕에 흔들리지 않을 것. 그리고 여러분이 이를 준수한다면, 만에 하나 사기와 기만을 당하는 일이 생기더라도 그렇게 화가 나지는 않을 " 이라고 덧붙인다. 그러나 작가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이정연 옮김｜이마고, 736쪽, 2만8000원
편세라 기자 psr@mtong.kr 편세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