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태어난 당신, 한국인을 모른다
서울대 송기호 교수 ‘우리 역사 읽기’ 출간
| 2010. 01.23(토) 08:5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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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사료와 유물에서 동시대의 풍경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영역에 걸친 자료들을 하나하나 소개하며 한국인의 생활이 어떻게 역사가 됐는지를 보여준다. 저자는 10여 년 전부터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서 ‘고려사’를 거쳐 ‘조선왕조실록’까지 탐독하며 틈틈이 자료를 수집해왔다.
원고지로 2만장 가까이 되는 자료를 ▲제1부 인간과 자연 ▲제2부 가족과 혼인 ▲제3부 사회와 신분 ▲제4부 국가와 제도 ▲제5부 외교와 이민족으로 분류했는데, 이번에 출간한 3권의 책은 이 중 제3부까지 다룬 것이다. ‘이 땅에 태어나서’(1권) ‘시집가고 장가가고’(2권) ‘말 타고 종 부리고’(3권)라는 이번에 출간된 3권의 책 제목을 연결하면 그대로 한국인의 생활이 된다.
이 책은 우리 역사를 바라보는 기본 시각과 과거 역사에서 우리가 생각지도 못했던 흥미롭고 놀라운 사실들을 소개하고 있다. 문김 생원처럼 조선시대 이미 부모의 성을 함께 사용한 사람의 존재나 상전에게 가져다줄 생선을 반찬으로 구워 먹은 노비, ‘세종실록’에 기록된 숲속에 숨어 있다고 하는 신분 차별 없는 신천지 얘기 등등도 있다. 저자는 단순히 놀랍고 재미있는 자료의 나열이 아니라 한 개인부터 가족, 사회, 국가, 대외관계까지 아우르는 통찰을 제시한다. 광복 이후 커피 문화가 발달한 이유와 1960년대부터 우후죽순으로 들어서기 시작한 아파트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또 머리에 물건을 이거나 수건을 쓰는 것 외에도 한국적인 특색을 찾아냈다. 100년 전 흰옷은 해외에서 한국인의 지표였으며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각종 그림자료에 깃털을 머리에 달고 있는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저자는 한국의 특징으로 아기 업은 여인이 머리에 물건을 이고 가는 모습이나 머리에 수건을 쓴 여인의 모습이라고 말한다. 이 같은 전통은 고려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려에 사신으로 왔던 송나라 서긍(1091~1153)이 ‘고려도경’에서 “물이나 쌀이나 마시는 것이나 다 구리 항아리에 담았으므로 어깨에 메지 않고 머리 위에 인다. 항아리에는 두 귀가 있어 한 손으로는 한 귀를 붙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옷을 추스리며 가는데, 등에는 아이를 입었다”고 묘사하고 있는 것.
조선 성종 때인 1488년에 명나라 사신으로 왔던 동월도 ‘조선부(朝鮮賦)’에서 “머리 위에 물동이를 이고도 손으로 붙잡지 않은 사람이 있으며 열 말의 쌀을 이고도 달음질치듯 가는 사람이 있다”고 기록했을 정도로 외국인에게 매우 이국적인 장면이었다. 이와 함께 진위 논란에 휩싸였던 박수근의 ‘빨래터’ 그림에 나오는 머리에 수건 쓴 여인의 모습은 조선후기 윤두서와 윤용의 그림 ‘나물 캐는 여인’에 이미 등장하고 있어 그 유래가 오래됐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청소년을 비롯, 우리 역사에 관심을 가진 모든 사람들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게 쓰여 졌다. 유물사진과 삽화 등 책에 수록된 300개가 넘는 이미지 자료도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편세라 기자 psr@mtong.kr 편세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