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 42명이 그린 자화상
‘나는 가짜다’ 속내도 털어놔
| 2010. 01.13(수) 22:0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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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마광수씨는 “지금의 나를 그리기는 싫다. 너무 늙고, 지치고 병들었다”며 ‘야한 여자’를 자화상으로 그렸다. “나는 다시 태어난다면 야한 여자로 태어나고 싶다”고 밝히면서 “나는 평생 야한 여자를 동경했고, 사모했으며, 부러워했다”고 털어놓는다. 소설가 박범신씨는 “자화상을 그리려고 사진을 보거나 거울을 가져오는 바보 같은 짓은 하지 않았다”며 1분여 만에 자화상을 완성했다. 그리고는 “내가 그렸지만 이건 내 얼굴이 아니다. 내가 아는 나의 얼굴은 고백하건대, 나만 알고 있다. 나의 가면이 이렇게 생겼다고 생각해주기 바란다”고 주문한다.
소설가 구효서씨는 “신장 172㎝에 62㎏, 목과 손목과 허리가 유난히 가늘다. 무서움은 많고 깡다구는 없다. 크고 강하고 빠른 것에 주눅 든다. 피하거나 엎드리거나 죽은 척한다. 그리고 뒤에 가서 욕한다”며 객관적이되 자기비하식으로 스스로를 반추한다. 시인 도종환씨는 “슬픈 얼굴, 눈물 많은 눈을 지니고 살던 때도 있었다” 면서 “편안해진 상태에서 웃는 모습을 사람들도 좋아하는 것 같았다. 나도 언젠가부턴가 웃는 내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고 전한다.
‘나는 출구가 없는 얼굴이 좋다’는 전아리, ‘부끄러운 사람’ 장석남, ‘나는 독특한 사생활을 갖고 싶다’는 김경주, ‘삼손의 머리칼’ 천운영, ‘자화상은 없다’는 이문재, ‘내 얼굴 나도 잘 모른다’는 김주영씨 등 작가들의 면면이 책 속에 담겼다. 235쪽, 1만5000원, 헤럴드미디어
편세라 기자 psr@mtong.kr 편세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