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창극 목포 출신 박애리 시대
심청,줄리엣,제갈공명 등 주연
| 2009. 11.26(목) 11:3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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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애리는 끼와 억척스러움으로 똘똘 뭉친 캐릭터다. 1999년 손진책이 연출한 창극 ‘천명’에서 일부러 넘어지기도 했다. 당시 갓 대학을 졸업한 그는 동학교도 속에 뒤엉켜 떠나는 피난민 중 한 명으로 출연했는데 그냥 지나가도 될 것을, 그는 일부러 무대에 넘어졌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며 떠나온 집을 아련히 바라봤다. 총 공연시간 2시간 중 2분 출연한 단역이 직접 연기를 만들어 넣은 셈이다.
국립창극단 입단 초기 그녀는 “애리야, 너 주인공 아니거든”이란 말을 너무 많이 들었다고 한다. 주연처럼 극에 몰입하는 조연을 향한 애정 어린 핀잔이었다. 그는 ‘심청전’에서 심청의 친구 10명 중 한 명으로 출연하면서 눈물을 참지 못해 연습할 때마다 울었고 심청을 떠나보내며, 또 곽씨 부인의 상여를 들고 갈 때도 펑펑 눈물을 쏟았다.
그녀는 이 고장 전남 목포에서 공무원의 막내딸로 태어나 9살 때 목포시립국악원에서 판소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중고교를 거쳐 중앙대 한국음악과를 졸업하고 친구 따라 국립창극단 오디션을 봤다가 합격한 뒤 입단 1년 만에 주인공으로 훌쩍 뛰어올랐다.
드라마 ‘대장금’의 주제곡을 부른 사람이 박애리다. 그는 연극·춤극에도 출연하는 등 다재다능하다. 이제 그녀는 영원한 주연 1순위다. 군중 속에서 주인공의 노래를 혼자 외워 부르며 공연을 봤던 ‘단역’이 드라마처럼 주인공으로 데뷔했다. 2000년 작품 ‘우루왕’의 ‘바리공주’를 맡았던 배우가 컨디션 난조를 겪고 있을 때 총체극의 연출을 맡은 김명곤이 “바리공주 노래를 다 부를 수 있는 사람이 하루 연습만 대신하자”고 제의하자 출연진들이 박씨를 추천한 것. 하루 연습 후 원 캐스팅이 더블 캐스팅으로 바뀌었다. 또 2004년 이윤택 연출의 ‘제비’에 출연해 “어머니 저 여깄소.”하는 대사로 눈물을 모두 쏟은 후 다시 일어섰다.
주문하는 대로 다 나오는 연기력, 중성적이면서 고급스러운 소리, 또렷한 발음 등을 완벽하게 타고났다는 박애리는 분명 우리 시대의 '위대한 광대'로 자리를 굳힌 것이다.
김연기자 kyun@mtong.kr 김연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