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자 개인전 ‘흰, ing’
2월 6일까지 호랑가시나무
흰색 통해 서늘함과 아픔, 치유와 새로움 탐구
2025. 01.20(월) 14:30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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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월6일까지 진행되는 ‘흰, ing’에서는 이미자 작가가 조각보 캔버스에 회화적 재료를 활용해 제작한 조형회화와 오브제 등 40여점을 선보인다.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이 2025년 첫 전시로 ‘흰’의 상징적 의미를 조명한 배경에는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의 공간적 정체성과 더불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문학적 철학이 이미자 작가의 작업과도 깊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어서다.
이미자 작가의 작업 ‘흰, ing’ 역시, 한강 작가의 소설 ‘흰’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서늘한 감정을 치유로 승화시키는 예술적 과정이다.
‘흰’에 대해 한강 작가가 인간의 결핍과 상실, 그리고 그것이 내포한 깊은 의미를 통해 인간 존재를 탐구했다면, 이미자 작가는 시각 예술로 확장하며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구조물로 형상화해 새로운 치유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사회문제에서 본인으로 관심을 돌리게 된 이 작가가 처음으로 시도한 것은 전통 바느질과 규방공예였다. 색채 표현에 매료된 그는 조각보, 자수, 매듭 등 다양한 전통 기법을 배우고 이를 시도했다. 하지만 점차 전통 공예에서 복제와 답습의 한계를 느끼게 됐고, 이내 자신의 개인적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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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공예에서 벗어나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은 예술 작업을 시도하기로 결심한 이 작가는 금속 공예를 통해 조형적인 시각을 작품에 도입했다. 이러한 예술적 전환은 2019년 첫 개인전인 ‘레가토’에 반영됐다.
작품의 주요 색채인 ‘흰색’은 작업과정을 통해 승화된 부정적인 기억과 감정들의 흔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가는 초기 작업에서 강렬한 색채를 사용해 자신의 감정, 특히 욕망을 표현했다. 그러나 이후 작업에서는 흰색, 검정, 빨강이라는 단순한 색채를 사용해 감정의 깊이를 강조하고, 텅 빈 내면의 공간을 탐구하는 방향으로 변화했다.
흰색은 이 작가에게 서늘한 감정과 아픔을 상징하면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담아내는 치유의 색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조각보와 실크 천 같은 섬유 재료를 사용해 여러 층위의 감정을 레이어드 방식으로 표현하며, 작품에 깊이를 더하고 있다.
2021년 전시 ‘흰, ing’가 기억과 감정을 표현하는 시도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면 2025년 전시 ‘흰, ing’는 감정과 기억에 대한 철학적 개념을 확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형태와 오브제를 통해 작가의 정체성을 명확히 드러냈다.
이미자 작가는 “한강 작가의 ‘흰’이 과거의 아픔에 대한 마침표라고 한다면, 나의 ‘흰’은 진행의 의미”라며 “작업을 통해 아픈 기억과 결핍의 정서를 지속적으로 승화해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정헌기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대표는 “작년 한강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발표된 직후 이 전시는 기획됐고 무엇보다 작가가 작품에 대하는 진지함과 작업에 대한 목마름과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신작들을 처음으로 선보이는 자리로, 다양한 매체와 독창적인 표현기법을 선보이는 전시”라고 밝혔다.
작가는 조선대학교 창의공학디자인학과 석사 졸업했으며 2018년 “레가토"개인전, 2019년 ‘잇다“ 개인전, 2021년 “흰ing” 개인전을 가진 바 있다. 뉴욕 대한민국총영사관, 홍콩 ’MEGA SHOW 2014 ‘ 영국 ‘버밍햄Autumn Fair 2015’ 등에도 참여한 바 있다.
현재 전주전통공예대전 초대작가. 전주황실공예대전 초대작가, 한국관광공사 관광명품 지정 ( 401호), 디자인 등록 (제 30-0825201호), 핸드락공예협동조합이사장, 손땀대표, 한국과학복식재단 전통문화광주교육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원지 기자 mhtong@hanmail.net 박원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