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운 18회 개인전 ‘사리지고 나타나다’
9일부터 11월 15일까지 시립미술관 금남로분관
2023. 11.03(금) 10:14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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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문화재단 지원으로 이뤄지는 이번 전시회에는 상처받은 사람들의 아픔과 애환,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라져가는 공동체 문화에 대한 안타까움, 인간의 심연에서 꿈틀대는 다양한 욕망 등 시각적 상징들을 통해 우리시대의 삶을 표현해왔다.
2010년부터 시작한 숯 조각 작업은 먹과 아크릴 그리고 칡넝쿨을 사용한 회화작업으로 발전하였다. 2021년 ‘Burned-Out Desire’ 소진된 욕망이라는 주제로 진행한 바 있다, 이번 개인전은 ‘Disappearance ∞ Appearance’ 멸(滅) ∞ 생(生) 이라는 주제로 유한한 삶 속에서 사라지고 나타나기를 무한 반복하는 인간의 욕망을 우주적 차원에서 탐구한다.
특히 이번 개인전 출품작들은 화면에 직접적으로 표현되었던 상징들의 비중이 작아지고 단색조의 여백에 화려한 색채의 물거품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허공에 떠다니는 형형색색의 물거품은 눈 깜짝할 사이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물거품은 인간이 갈망하는 유·무형의 모든 것을 상징하며 짧은 인생을 의미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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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는 인류의 지적 능력이 진화하기 시작한 선사시대로부터 동시대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욕망이 투영된 대상들이 표현되어 있다. 주먹도끼, 화살촉, 슴베찌르개, 왕관, 법전, 오벨리스크, 피라미드 등은 인간의 욕망을 보여주는 것들이다. 새로운 무기 개발과 영토확장, 그리고 제국주의와 권력자의 사적 욕망을 실현하기 위한 대규모 건축 등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그러나 이러한 인간의 욕망과는 달리 또 다른 한편에서 덧없는 인생에 대한 성찰을 부처와 화려한 물거품을 함께 배치한 작품과 거품으로 가득 찬 석가모니를 형상화한 작품은 시선을 끈다. 특히 없어진다는 것이 영원한 멸의 상태가 아니리 새로운 생성을 위한 전제조건이 된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들 중 시야를 압도하는 대작은 이분법적 사고를 회화적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화면을 가득 채운 화려하고 거대한 물거품이 흑백으로 양분되어 있고 그 양쪽 내부에는 작은 물거품들이 부유하고 있다.
세상은 밤과 낮, 진보와 보수, 성과 속, 생과 사, 남과 여, 흑인과 백인, 기독교와 이슬람교, 너와 나 등등 이분법적으로 나누고 편을 갈라 싸운다. 일상적으로 경쟁하고 약육강식의 살벌한 전쟁이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아비규환이다. 우주에서 보면 먼지보다도 작은 “창백한 푸른 점” 지구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들은 작고 가느다란 세필을 사용했는데 시간의 응축과 집적이 주는 감동은 오래도록 여운을 남긴다. 궁극적으로 본인의 작품이 관람객들의 마음을 평온하고 무심한 명상의 세계로 이끌 수 있기를 기대한다. 나아가 관람객 자신들을 되돌아보는 의미 있는 성찰의 시간도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신창운 작가은 예술에 대해 “ 창작의 산물인 작품은 삶의 안위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세상을 진실하게 표현한 시대의 기록물”이라면서 “ 회화의 가치는 작품을 통하여 사회의 문제와 쟁점을 대중과 창조적으로 소통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한편, 신창운은 전남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인류학과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이후 인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인턴쉽 과정을 수료하고 인도 내셔널 뮤지엄 인스티튜트의 India Art & Culture 과정을, 전남대 인류학과 박사과정을 졸업하였다. 광주와 부산, 서울, 뉴델리 등지에서 18회의 개인전을 개최했고 이외에도 대규모 기획전에 초대되었다. 광주신세계미술상, 대한민국 청년비엔날레 청년작가상, 광주미술상, 하정웅 청년작가상을 수상했다. 2016년 광주시립미술관 ‘올해의 청년작가’로 선정되어 대규모 초대전을 개최한바 있다.
지형원 mhton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