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회 하정웅청년작가 초대전 ‘수집된 풍경들’
20일부터 10월 30일 하정웅미술관
2022. 07.25(월) 09:38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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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빛2022” <수집된 풍경들>전에서는 조현택(광주), 이재석(대전), 최수환(경남), 양형석(제주) 작가가 초대되어 사진, 회화, 설치, 도예 등 각각의 장르로 펼쳐보이는 네 가지 풍경을 선사한다.
‘하정웅청년작가초대전’은 하정웅 선생의 메세나 정신을 기리고 유망한 청년작가를 발굴, 육성하기 위해 2001년 첫 번째 전시로 시작해 올해 22회째를 맞이한다.
2022년은 광주시립미술관 개관 3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이기도 하다. 1992년 개관한 광주시립미술관은 소장품 확보가 절실한 상황에서 하정웅 선생으로부터 1993년부터 30여년간 2,603점에 이르는 양적, 질적으로 수준 높은 작품들을 기증받았다. 그의 숭고한 메세나 정신과 청년작가들에 대한 깊은 애정이 바탕이 되어 “빛”이라는 타이틀로 해마다 주목할만한 청년작가를 발굴하는 전시가 이어지고 있다.
제22회 하정웅청년작가초대전은 45세 이하 한국 현대미술작가로서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을 기반으로 작품 활동이 왕성하고 독창적인 작업성과를 지닌 청년작가 4명을 선정했다. 선정 절차는 국공립미술관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광주시립미술관을 비롯하여 대전시립미술관, 경남도립미술관, 제주도립미술관의 학예연구직 추천위원들의 작가추천과 세미나를 통해 진행되었다.
조현택 작가는 최근 작업인 도시 외곽에 위치한 돌조각 판매상의 야간 풍경을 촬영한 스톤마켓(2020-2022) 사진 연작을 전시한다. 이곳들은 주로 도시 변두리에 위치하고 있으며 미륵상과 같은 불교 석상, 기독교나 무속의 조각상, 묘석이나 묘비 등을 제작하고 판매한다.
그는 이 거대한 석상들을 한 밤중에 촬영하는데 이 시간 때에 가장 섬뜩해 보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돌조각들이 풍경 전체를 매우 생경하고 그로테스크하게 만들고 우리에게 익숙한 풍경이지만 그 대상과 마주할 때는 기이한 느낌을 받는다. 야간에 마주한 그러한 경험은 현실에서 공포심을 불러오고 공포는 곧 숭고함을 동반하게 된다. 작가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을 느낄 수 있는 그로테스크를 전시에서 보여준다. 이는 단순히 종교와 같은 마켓만이 아니라, 오랜 집단 경험의 ‘기억’이기도 하다.
이재석 작가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사회, 혹은 자연 속의 구조를 은유하는 이미지들을 시각화한다. 자신의 주관적 경험을 사물화한 이미지를 통해 객관적 재현의 세계를 보여준다. 사물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형상들은 사실 자신의 개인적 경험이 투영된 결과물인 것이다.
○ 작품소재 대부분은 군대와 관련된 것들이 많다. 직관적 이미지, 일상의 이미지, 기억 속의 이미지로 분류되는 이미지들은 이재석 작가의 작품세계를 시사한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자신의 경험과 서사, 배경에 담겨진 현시점의 기록이며 그 상징적인 이미지들은 다양한 해석을 유도하려한다. 우리는 현실 너머 보이지 않는 세계를 향한, 자유로운 결합이 창조한 초현실적 세계를 담아내는 이재석 회화에 수많은 질문들을 던질 수 있다.
양형석 작가는 제주도 자연에서 얻은 재료와 영감을 흙과 불을 이용해 도자작품을 제작한다. 최근에는 물성에 집중하는 새로운 설치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제주의 자연이 오롯이 담겨있는 그의 작품은 흙과 불의 성질을 끊임없이 연구해 자신만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그가 사용한 “라쿠 소성”은 1,000℃ 내외에서 구운 기물을 다시 톱밥으로 덮어 자연 연소하고 연기를 침투시키는 기법으로 즉흥적이고 우연적인 효과를 극대화시킨다. 제주의 숲 속에서 마주친 자연물을 모티브로 삼아 위안과 영감을 얻고 형상의 재현에서 시작하여 물성을 탐구하는 그의 내면적 작품세계를 펼친다.
최수환 작가는 주변의 특별한 풍경, 공간, 경험 등을 다양한 재료와 단순한 기계장치를 이용해 관람자가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 도시의 일상적 공간에 내재한 이야기, 과거와 현재에 대한 기억과 기록들을 작가의 내면적 풍경으로 조형하여 전시장으로 끌어온다.
○ 그의 작품들은 그 형태나 작동방식들이 다양하지만 모두 도시의 일상적인 공간을 변형, 축소하여 ‘재현공간’으로 만들고 관람자로 하여금 그 속에서 주체적 행위자가 되어 지각적, 신체적 경험을 유도한다. 관람자의 경험은 물리적인 한정된 공간 속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전달하게 한다.
박원지 기자 mhtong@hanmail.net 박원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