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동시> 최정웅 '등대'

2021. 04.14(수) 21:10

아버지
바다에 나가면
우리 식구들
등대가 된다

샘물 길어와
아버지 무사히 돌아오길
두 손 모아 비는
할머니의 등대

대문 활짝 열어서
아버지 모습 안 보일 때까지
바라보고 또 바라보는
어머니의 등대

-바다야!
-너 얌전해야 돼
마음 속에
나도 등대를 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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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1겁은 15㎢의 네모난 돌을 백년마다 1번씩 닦아 마멸되는 시간이다. 옷깃이 스치는 인연은 오백겁, 같은 나라에 태어나는 건 일천겁, 하룻밤 함께 묵는 건 삼천겁, 한 마을에 사는건 오천겁, 형제는 칠천겁, 부부는 팔천겁이라 한다. 그해 4월, 우리는 그 수천겁의 인연으로 만난 사람들의 애끊는 이별을 보았다. 지켜봤던 사람들이야 지나간 세월이지만, 인연을 맺은 사람들에겐 수천겁의 영원한 슬픔이리라. 바다의 시인으로 알려진 최정웅 시인의 ‘등대’에서 우리는 그 가족에 대한 사랑이 수천겁의 인연으로 이루어진 소망임을 확인할 수 있다.

김 목/아동문학가

박원지 기자 mhtong@hanmail.net        박원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