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동시> 김 정 ' 책 읽는 바람'

2021. 03.15(월) 09:16

어!
바람이 책을 읽네
언니가 책 읽다가
졸고 있는 사이

문틈으로 들어온 바람
차례를 살핀다
그림을 보았다

책갈피를 이리저리
뒤적이다가
언니가 잠 깨기 전
다 읽고 가려는지
팔랑팔랑 서둘러
책장을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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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어떤 사람에게는 그저 평범한 일상이리라. 하지만 ‘아름다운 무지개, 떨어지는 낙엽, 저 산에 흐르는 시냇물을 단 한 번만 볼 수 있다면’은 헬렌 켈러의 간절한 소망이었다. 찰나의 순간이 이어져서 기억이나, 추억, 망각이 된다. 또다시 다가오기도 하나, 반드시 끝이 있다. 생성과 소멸이라는 시간 개념의 삶을 우리는 일생이라 하고, 그 기회는 단 한번 뿐이다. 김 정 시인의 동시집 ‘걸어 다니는 그림’에 있는 동시 ‘책 읽는 바람’은 일상의 삶에서 얻은 순간의 포착이다. 평범에서 비범, 순간에서 영원을 보는 그 시심은 아름답고 경이롭다.

김 목/ 아동문학가


박원지 기자 mhtong@hanmail.net        박원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