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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22일(금요일)

판소리 女流唱者 김연옥

임방울국악제 대통령상 수상
풍부한 성음과 감정선까지 갖춰
2019. 05.08(수) 11:25확대축소
‘恨의 소리’ 심청가가 特長

소리꾼 김연옥(42)은 이제 명창으로 불러야 맞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임방울 국악제에서 대통령상을 받았으니 당당한 명창이다. 공부도 할 만큼 했다. 광주예고와 전남대 국악과, 대학원을 거쳤고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2호 강광례,조소녀 선생을 사사했고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성창순 선생 문하에서 공부를 마친 심청가 이수자이기도 하다.

광주 국악대전 명창부 최우수상, 송만갑 판소리고수대회 명창부 최우수상, 남도민요 전국경창대회 명창부 국무총리상, 임방울국악제 명창부 준우수상 2번, 최우수상, 대통령상을 수상하고 지난해는 해설이 있는 판소리 심청가 완창까지 마쳤다. 나이가 조금 어릴 뿐 문화재가 될 자격도 두루 갖춘 셈이다.

임방울국악제 명창부에 나가기 위해서는 판소리 한바탕을 완전히 습득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자기가 하고 싶은 대목을 골라서 하는 것이 아니라 추첨된 곡을 불러야 하기 때문에 완창수준을 갖춰야 가능하다.

김연옥의 소리는 성음이 풍부하고 감정선이 좋다. 특히 한의 소리를 표현하는 계면조에서는 듣는 사람들의 호흡을 잠시 멈추게 한다. 심청가에서 심봉사가 딸을 그리워하는 대목은 많은 사람들에게 가슴 뭉클한 감동을 전해준다. 또한 판소리 사설아니리에서 뺑덕이네, 심봉사. 심청이 역할 등 일인다역을 잘 소화해 각종 창극에서 주역을 맡았고 도창자(導唱者)로서의 역할도 훌륭히 해냈다.
임방울 국악제 명창부 대상 시상식


“성창순 선생님처럼 글씨도 쓰고 그림도 그리는 소리꾼이 되고 싶습니다.”
김연옥은 성창순 선생을 많이 따르고 존경했기 때문에 그런 국악인의 길을 걷고 싶다고 말한다. 조소녀 선생님처럼 따스하고, 성창순 선생님처럼 우아한 국악인으로 살고 싶다는 희망이다.
그래서 김연옥은 가끔 그림을 그린다. 본격적으로 배운 것은 아니지만 그림에도 소질이 있어 소리할 때 드는 부채그림은 직접 그리고 싶다고 말한다. 첫인상은 약간 차가워 보인다. 그러나 이야기를 듣다보니 ‘품격을 갖춘 국악인’으로서의 삶을 갈망하는 예인의 자세가 엿보였다.

아버지 북장단 따라 소리 배워

소리꾼 김연옥은 5살 무렵부터 오정숙 선생의 ‘사랑가’를 따라 부르며 자랐다. 동요나 가요를 따라 불러야 할 나이에 슬픈 음색 즉 판소리 계면조 음색이 좋아 흥얼거렸다. 아버지 때문이었다. 국가무형문화제 제23호 가야금 명인 김윤덕 선생이 집안 어르신인데 아버지와 친하게 지내는 바람에 아버지는 북을 치며 소리를 하셨고 어린 딸은 아버지 곁에 앉아 소리를 귀에 주어 담았다. 기억이 좋을 때라 웬만한 민요나 육자배기를 술술 풀어냈고 성창순 선생과 조상현 선생이 출연했던 춘향전의 사설도 대충은 외워버렸다. 김일구 선생의 아쟁소리도 콧노래로 따라했다.
창극 돈키호테 매향역 출연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의 손을 잡고 버스를 타고 읍내에 나가 ‘나이롱 극장’이라는 데를 갔다. 형형색색의 화려한 조명이 신기했다. 배우들이 중간 중간에 나와 판소리를 하는 모습이 너무 재미있었다. 극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도 박수를 치며 어깨를 들썩였다. ‘예쁜 꼬마’ 김연옥에게 그날의 기억은 35년이 지난 지금도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김연옥은 어려서부터 노래를 잘했다. 정읍동신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합창부로 활동했는데 교장선생님이 판소리를 해보라고 권유해 친구들과 함께 배우기 시작했다, 교장선생님이 형편이 어려운 친구들에게 손수 비싼 부채까지 선물해 주실 정도로 국악을 사랑했다. 첫 번째 만난 소리 선생이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2호 강광례 선생이다. 정읍에는 충렬사라는 곳인데 이곳에는 활터가 있고 판소리, 시조, 가곡을 가르치는 곳이기도 했다 이곳에서 미산제 수궁가와 흥보가를 배우기 시작했다, 미산제는 박초월- 최난수 -강광례로 전승되는 소리다. 박초월 명창은 조통달 명창의 어머니이자 가수 조관우의 할머니다. 음역대가 소프라노처럼 높고 슬프고 애환서린 계면조 성음이 뛰어난 분이다. 초등학교 중학교시절 꼬박 ,5년을 미산제 흥보가와 수궁가를 배웠다
또한 강광례 선생이 북장단을 많이 가르쳐주셨기 때문에 지금도 북 잡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미산제·동초제·강산제 소리 두루 익혀

광주예고에 입학해서는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2호 조소녀 선생을 만나 심청가를 배웠다, 조소녀 선생의 심청가는 동초제 소리로 동초 김연수-오정숙-조소녀를 거쳐 김연옥으로 이어졌다. 조소녀 선생은 현존하는 여류5명창 가운데 한 분으로 소리 뿐 아니라 소리 속에 숨겨진 이면과 감정선까지를 가르쳐주었다. 그래서 김연옥은 “소리인생의 뿌리를 내려주신 분”이라고 말한다.

선생은 수업시간에도 무대에 선 것처럼 심봉사, 심청을 각기 달리 재현했다. 성음부터 달리했는데 그게 바로 소리의 이면이라는 것이다. 조소녀 선생은 소리 선생님으로서뿐 아니라 어머니처럼 안아준 분이다. 주말엔 선생님 댁에서 아예 숙식하다시피 했으며 “산공부”라는 것을 통해 국악인의 삶을 깨우치는 계기가 되었다.
전남대학교에 들어와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성창순선생을 만난다. 대학 3학년 때 광주시립국극단에 입단해 소리맥을 잇게 된다. 서편제 가운데 보성소리 강산제는 서편제의 비조인 박유전의 소리를 이어받은 정재근을 거쳐 이동백 김찬업 정응민으로 이어진 소리로 정응민의 아들 정권진-조상현 성창순과 정응민의 손자 정회천 등으로 이어졌다,

성창순의 소리는 서울과 광주를 중심으로 많은 이들에게 전수되었는데 특히 광주시립국극단장을 맡아 광주로 내려오면서 광주지역 국악계의 대모처럼 활동했다, 성창순 선생은 청이 좋고 소리가 맑아 청아했다. 서슬이 있는 애원성을 가지고 있어 여류명창의 본을 보여주었다.

김연옥은 소리인생에서 성창순선생의 간결한 시김새와 더늠을 통해 절제미를 배웠다. 소리에 오색빛깔 색을 입혀 가슴에 물들인다는 걸 알았고 너무 새로운 음악을 경험하게 되었다. 또한 강인하고 올곧은 성품으로 예인의 마음가짐을 일러주었다, 그래서 늘 김연옥은 무대에 서거나 대학 강단에 설 때면 선생님을 먼저 생각한다. 2년 전 세상을 떠나셨지만 선생이 지금도 지켜보시고 있다는 생각으로 자신을 다독인다. 그리고 힘들어할 때마다 등 뒤에 서서 “할 수 있다, 넌 할 수 있어” 라고 격려해 주셨던 그 말을 후배들에게 전한다. 선생의 격려가 김연옥을 통해 또 다른 국악후학들에게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소리의 단단한 골격과 풍성한 잎, 그리고 절제미와 용기까지를 함께.

김연옥은 욕심이 많다. 특히 소리공부에 욕심이 많다.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은 여자가 서른 중반을 넘어 목원대학교 이태백 교수(아쟁명인)를 찾아가 진도씻김굿과 남도민요를 배우기 시작했다. 잘 알려진 대로 진도씻김굿(국가 무형문화재 72호)은 죽은 망자를 좋은 곳으로 보내는 굿이다. 노래와 무용, 악기가 하나 되어 무대에 오르는 종합예술이다.
이태백선생은 광주시 판소리 광주시무형문화재 제 14호 이임례 선생의 아들로 국가무형문화재 제72호 박병천 명인의 진도 씻김굿 이수자로서 후학들을 가르친다. 이태백 선생은 박병천 명인을 따라 세계 여러 나라를 돌며 남도음악과 진도 씻김굿을 널리 알렸다. 특히 육자배기와 흥타령은 남도 소리의 가장 깊은 뿌리를 두고 있는 곡이다.

김연옥은 이태백 선생으로부터 ‘남도음악의 맥’을 체계적으로 공부했다. 특히 남도음악이 지니고 있는 특징과 평우조, 계면조, 경드름 등 음악적 색깔과 선율, 무속의 음악까지 함께 배웠다.
김연옥은 여러 스승을 사사하면서 나름 ‘자기 소리’라는 것을 어렴풋이 찾아냈지만 아직도 공부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광주시립창극단 수석단원으로서, 그리고 모교인 전남대학교에서 후학들을 가르치는 소리선생으로 분주히 살면서 독특한 ‘더늠’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주요 약력
전라북도 정읍 출생
광주예술고등학교 졸업
전남대학교 예술대학 국악학과 학사 및 석사
군산 판소리 국악경연대회 문화부장관상
전주완산 국악대전 일반부 대상
광주 국악대전 명창부 최우수상
2012년 국가무형문화재 5호 심청가 이수증
2013년 제17회 송만갑 판소리 고수대회 명창부 최우수상
2013년 남도민요 전국경창대회 국무총리상
2013년 광주시장 표창패
2014년 제22회 임방울 국악제 명창부 준우수상
2015년 제23회 임방울 국악제 명창부 최우수상
2016년 제24회 임방울 국악제 명창부 준우수상
2017년 제25회 임방울 국악제 명창부 대통령상
2018년 5인 판소리 심청가 발표
2018년 해설이 있는 판소리 심청가 완창
2018년 아시아 민속예술제 대만 초청공연
뉴욕 카네기 홀, 워싱턴 ,시카고, 일본 도쿄 센다이시 중국, 대만 다수 공연
현) 광주시립 창극단 수석, 전남대학교 음악교육과 겸임교수

박원지 기자 mhtong@hanmail.net        박원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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