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양림동사무소에 이강하 미술관 개관
'화가의 방' 전시실, 자료실 등 갖춰
대표작 및 유품 500여점 소장
| 2018. 02.09(금) 14:1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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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미술관은 오랫동안 양림동에 살며 작업했던 이강하 작가가 타계한 뒤 유족들이 400여점과 유품 134점 등 534점을 남구청에 기증함으로써 햇빛을 보게 되었다.
영암 출신인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지명수배자로 쫓기다 양림동 친척집에 숨어 지냈고 결혼한 뒤 30년 동안 양림동에 살면서 작업을 해왔다. 그가 살던 집에는 지금도 부인 이정덕 여사(65)가 살고 있는데 이 여사는 이강하 기념사회 이사장으로 미술관의 명예관장을 맡아 운영하게 된다.
미술관 입구에는 ‘화가의 방’이 마련돼 있다. 쓰다 남은 유화물감과 팔레트, 낡은 붓, 그리고 고인이 작업하며 듣던 CD와 즐겨 읽던 박경리의 ‘토지’ 등이 놓여 있다. 전시실 뒤편에는 각종 편지와 전시도록, 일기 등을 모아 두었으며 3층 자료실에서는 슬라이드 사진으로 보관한 작품앨범과 낡은 방명록, 아내 이정덕씨가 출근하며 적어둔 점심 반찬 메모까지 볼 수 있다.
미술관 개관기념전으로 ‘이강하의 길’을 준비했다. 오는 7월 31일까지 계속되는 기념전에는 1970년대 작품부터 생애 마지막 작품인 ‘무등산의 봄’까지 시대별 대표작으로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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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대중에게 공개된 적이 없는 여러 점의 소품들이 눈길을 끈다. 플라타나스 나무, 아이를 업고 가는 엄마의 뒷모습, 차가운 느낌이 감도는 누드 등이 인상적이다, 전시실을 꽉 채운 작품은 13m 대형작품 ‘자유와 평화를 위하여’다. 1995년 광주비엔날레에 선보였던 그림으로 누드와 풍경이 어우러져 전시실을 압도한다.
이강하는 조선대학교 미술대학과 조선대학교 대학원 순수미술과를 졸업했는데 석사논문이 ‘단청의 회화사적 고찰’이다. 81년과 82년 프랑스 르 살롱전에서 잇따라 은상을 받았으며 한국의 리얼리즘전 초대(롯데미술관),구상미술의 오늘전 초대(국립현대미술관), 비무장지대 작업전 초대(예술의 전당), 한국의 자연대전 초대(서울시립미술관) 민중미술 15년전(국립현대미술관) 등 주요한 전시회에 초대받았다, 그리고 서울, 인천, 부산, 대구, 대전, 제주 광주 등지에서 수회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2008년 타계한 뒤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열정의 삶과 투혼의 예술’ 유작전이 개최되었다. 특히 이강하는 5.18 광주항쟁 때 시민군으로 참여해 투옥된 적이 있는 5.18 국가유공자다.
이강하는 리얼리스트다. 그러나 현장을 그대로 재현하는 작가는 아니다. 그림 속에 현실과 역사를 투영시키는 리얼리스트다. 작품 속에 깔려 있는 정신적인 바탕은 강한 샤머니즘이다. 색채는 우리 민족의 전통 오방색을 즐겨 사용했다.
작품의 특징은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장인정신이 느껴질 정도의 세밀 묘사와 방대한 스케일, 그리고 민족의 전통성을 지켜내려는 의지, 작가로서의 현실에 대한 발언 등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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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줄곧 관심을 가졌던 테마는 영산강변이나 무등산, 그리고 그 주변에서 뿌리를 박고 사는 사람들이었다. 70년대의 ‘맥’ 시리즈는 불교적 색채와 샤머니즘을 회화적으로 재해석한 것으로 샤머니즘과 리얼리즘이 짙게 배어 있다.
그는 1980년 5월 항쟁을 겪으면서 작업에서도 커다란 변화가 시작된다. 그 자신 5월 민중항쟁에 참여한 바 있고 한 번의 구속과 쫓김 등을 겪으면서 새로운 역사인식을 하기에 이른다. 동학과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수탈당하고 소외받아온 땅에 대한 한, 그리고 6.25, 80년 광주민중항쟁 등을 통해 민족동질성 회복에 대한 강한 애착 같은 것을 갖게 된다.
이강하의 작품은 강한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음이 특징이다. 70년대 후반의 ‘맥(脈)’ 시리에서는 단청문양의 비단길이나 발을 전통에서 현대를 관통하는 문화적 상징으로 차용했다. 발 뒤에 불상이나 사천왕상을 섬세하게 그려 발을 통해 전통문화와 사상을 은유적으로 담아내 것이다
80년대 중반이후 ‘영산강 사람들’ ‘영산강변-남도의 四季’ ‘무등산’ 연작 등을 선보이게 된다. 여기서도 이강하는 남도사람들의 삶의 터전인 영산강을 통해 남도의 정한을 시각화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는 무등산 위에 누드 여인상을 배치하고 좌우에 탈춤을 추는 남자를 그려 강한 상징성을 보여준다. 비단길은 통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작가의 염원을 담고 있는데 이처럼 이강하의 수사법은 암시적이고 은유적이며 상징적이다. 비단길과 함께 등장하는 누드는 비현실적이고 초자연적인 이미지 구성방식을 구사하고 있으며 무등산 등성이에 핀 진달래꽃, 군데군데 그을린 검불, 영산강 사람들의 그림에서는 컦일 줄 모르는 생명력을 불어 넣었다.
한편, 이강하 미술관을 오픈하는데 온가족의 헌신이 있었다, 먼저 부인 이정덕 여사가 기념사업회를 꾸려 일을 추진했고 딸 이 선(37)이 큐레이터를 맡아 수고했다. 또 아버지의 뒤를 이어 화가의 길을 걷고 있는 이들 이조흠(35)이 아카이브 자료를정리했다.
이 선 큐레이터는 “작가의 메시지와 작업 정신을 관람객들에게 전해주는 미술관으로 운영할 생각”이라면서 “ 양림동이 문화역사마을로 나가는데도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
문의: 062-674-8515./010-6676-6778
지형원 발행인 mhtong@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