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구시인 13년만에 시집 '와온 바다' 출간
순천만 앞 갯마을 소재 '서정으로 빚은 안식'
| 2012. 04.22(일) 00:1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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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온’은 전남 순천만에 있는 갯마을 이름이다. 시인은 시간이 날 때마다 와온을 찾았다. 개펄에서 허리를 굽힌 채 꼬막을 줍는 사람들을 보며 ‘등이 하얀 거북 두 마리’라고 썼다. 그들의 귀갓길을 비추는 저녁놀을 배경으로 보면 해와 달이 빚어놓은 알처럼 아름다움을 건져냈다.
“해는/ 이곳에 와서 쉰다/ 전생과 후생/ 최초의 휴식이다// 당신의 슬픈 이야기는 언제나 나의 이야기다/ 구부정한 허리의 인간이 개펄 위를 기어와 낡고 해진 해의 발바닥을 주무른다// 달은 이곳에 와/ 첫 치마폭을 푼다/ 은목서 향기 가득한 치마폭 안에 마을의 주황색 불빛이 있다// 등이 하얀 거북 두 마리가 불빛과 불빛 사이로 난 길을/ 리어카를 밀며 느릿느릿 올라간다// 인간은/ 해와 달이 빚은 알이다”(‘와온 바다’ 부분)
6·25 때 인민군도 다녀오고, 국군에도 다녀온, 특이한 이력이 있는 허상갑씨 이야기도 오래 묵힌 묵은지처럼 감칠맛을 자아낸다.
“전쟁 다 끝나고/ 허상갑씨 집으로 돌아왔을 때/ 주인댁에서 한상 걸게 차려냈는데/ 잘 구운 법성 굴비 한 마리를/ 꼬리부터 뼈 하나 남김없이 다 먹은 뒤에/소 몰고 곧장 들로 나갔지요// 자운영꽃 수북하게 핀/ 논을 갈아엎으며/ 이러이러 땅 보니까 힘 난다/ 전쟁놀음 같은 건 한순간에 잊었지요”(‘약천리 허상갑씨가 굴비 식사를 하고 난 뒤’ 부분)
시인이 2009년 7월부터 1년 반 동안 머물렀던 인도의 한적한 시골마을 산티니케탄은 ‘밖의 안식처’ 라면 ‘와온’은 ‘안의 안식처’인 셈이다.
손옥연 기자 mtong@mtong.kr 손옥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