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백은하의 '사람 엿보기'
소설집 '별의 시간' 출간
| 2011. 12.28(수) 10:0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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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백은하는 그 자신이 평소 수많은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다양한 삶의 방식을 엿보듯이 소설에서도 정말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있다. 물론 소설이라는 것이 다 그런 것이지만 백은하의 엿보기는 조금 진지하고 끈적거린다는 것이 다른다. 대충 훑어보는 것이 아니라 가능하면 속살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때문에 독자는 소설을 읽다가 멈추기가 쉽지 않다.
잡지사에서 일하기도 했기에 가끔 기자적 근성도 숨어 있고 현대자본주의 사회를 향한 예리하게 안테나를 세우기도 한다. 벼랑에 내몰린 젊은이들의 고민과 현대인에게 필요한 삶의 조건들, 그리고 현대사회에 벌어지고 있는 삶의 문제들, 예컨대 실업, 결혼과 이혼 등 현대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작가의 문제의식을 드러낸다.
그러나 또 다른 작품에서는 기발한 상상력으로 동화적 환상을 꿈꾸기도 한다. 표제작 「별의 시간」은 슬프면서도 경쾌하다. 스무 살 생일파티 날, 우주의 에너지와 교접한 사건으로 시작된 이 짧은 단편은 슬프고 어두기 그지없는 삶을 밝은 라임빛, 상상의 세계로 단숨에 전이시킨다. 꽃이 되고 싶었던 엄마, 돈에 상관없이 정신에 봉헌하는 순수미술을 하고 싶었던 아빠, 정체를 알 수 없는 할아버지, 그리고 화자인 나. 이 모든 등장 요소들을 한데 묶어 내는 힘은 우주와 고대의 일현금을 오가는 상상력에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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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의 등장인물들은 다양하다. 돈 많은 남자를 만나 럭셔리한 삶을 설계하는 여자, 데이트가 직업인 여자, 제 몸을 팔아 돈을 버는 남자, 친구를 통해 자신의 꿈을 이루어가는 여자, 현실을 다양한 방식으로 즐기는 사람들 등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자기 삶에 취해 있다. 작가는 이들을 내버려두지 않고 그들의 영혼들을 따뜻한 눈길로 끌어안는다. 휴머니스트 모습이 느껴진다.
백은하는 96년 일간스포츠 신춘대중문학상 소설 부문에 당선돼 등단한 백은하씨는 2001년 소설집 ‘무지개에는 왜 검은색이 없을까요?’와 2008년 장편소설 ‘블루칩시티’ 2010년 장편소설 ‘마녀들의 입회식’을 출간했다.
소설기 채희윤은 그의 작품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백은하의 소설은 영화적으로 말하자면 그 앵글의 경사각에 있다. 그녀의 소설은 정형성에서 벗어난다. 평범하고 치기 있어 보이는 갖가지 일화(anecdote)들이 그녀의 소설에서 독특한 세계를 획득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재능 때문이다. 하늘거리며 날아가 꽃에 앉을 것 같던 나비가 어느새 벌이 되어 톡, 하고 우리를 아리게 하는 것은, 우리 사회 현상들에 대한 폭넓은 정보와 그것을 나름대로 소설화 해내는 독특한 그녀의 세련미 때문이다.”
손옥연 기자 mtong@mtong.kr 손옥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