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
도종환 시인, 자전적 문학에세이 출간
| 2011. 11.08(화) 07:1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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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적 에세이에 걸맞게 그가 걸어온 길을 시간 순서에 따라 소박한 글로 풀어놨다. 충북 증평 출신인 그는 서정주 시인이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바람’ 이라고 했는데 ‘수제비’라는 시에서 “나를 키운 것은 팔 할이 가난함 과 외로움”이라고 적고 있다.
“경기도 어딘가로 떠난 아버지는 소식 끊기고/ 이름 지을 수 없는 까마득함들을/ 뚝뚝 떼어 넣으며 수제비를 끓였다./어둠이 하늘 끝자락 길게 끌어/허기처럼 몸을 덮으며 내려오고 있었다.”(‘수제비’ 중)
어렵게 사범대를 졸업하고 옥천군 청산고로 발령받은 그는 시국 문제에 앞장선 천주교 신부와 가깝게 지내다가 시골 학교로 좌천된 이야기, 광주민주화운동 때 진압부대의 일원이었지만 소총의 실탄을 거꾸로 장전한 일, 첫 시집 이야기 등도 전한다.
특히 ‘접시꽃 당신’의 이야기는 눈물겹다. 넉 달된 딸과 세 살 된 아들을 두고 세상을 떠난 첫 아내의 이야기다.
“‘옥수수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낙엽이 지고 찬바람이 부는 때까지/우리에게 남아 있는 날들은/참으로 짧습니다’ 이렇게 시작하는 시를 울면서 썼습니다. 내가 울면서 쓰지 않는 시는 남들도 울면서 읽어주지 않는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 교육운동 단체를 만들어 활동하다가 감옥살이를 하고 학교에서 쫓겨나 고단한 생활을 하다가 재혼하게 되는데 하지만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그는 온갖 실망의 말과 비난을 받아야 했다.
“상처와 고통을 더 먼저 주셨습니다 당신은/상처를 씻을 한 접시의 소금과 빈 갯벌 앞에 놓고/당신은 어둠 속에서 이 세상에 의미 없는 고통은 없다고/그렇게 써놓고 말이 없으셨습니다.”(‘당신은 누구십니까’ 중)
‘작가의 말’에서 “가난과 외로움과 좌절과 절망과 방황과 소외와 고난과 눈물과 고통과 두려움으로부터 내 문학은 시작되었고, 그것들과 함께 여기까지 왔습니다”라고 말했다.
손옥연 기자 mtong@mtong.kr 손옥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