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골영토산방(湖骨嶺土山房)
2011. 10.01(토) 20:37 | ![]() ![]() |
전남 장성에 있는 세심원(洗心院)과, 경북 청도에 있는 ‘호골영토산방(湖骨嶺土山房)’ 사이에는 요즘 영·호남의 풍류가 왔다 갔다 하고 있다. 청도읍 삼신산(三神山) 자락에는 황토와 편백나무로 지은 13평 크기의 자그마한 산방(山房)이 하나 있다. 이 산방 이름을 ‘호골영토(湖骨嶺土)’로 지은 데에는 사연이 있다.
산방 주인인 박복규(60)씨는 경상도 토박이이지만 보길도를 비롯한 전라도 섬들의 고즈넉한 풍광과, 톡 쏘는 전라도 음식, 그리고 판소리를 좋아한다. 한 20년 사업 관계로 외국을 돌아다닌 끝에 비로소 조국의 산하(山河)가 좋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중에서도 전라도 지역이 눈에 들어왔다고 한다.
그러면서 알게 된 사람이 장성의 축령산 자락에 있는 세심원 주인 변동해(53)씨이다. 세심원은 광주·장성 일대의 풍류객들이 모이는 살롱인데, 이 세심원의 방바닥은 축령산의 편백(扁柏) 나무로 깔아 놓았다는 점이 특징이다. 방에 들어가면 편백 특유의 나무 향이 진하게 풍긴다. 편백의 향은 머리를 상쾌하게 만든다.
세심원의 편백 향에 매료된 박복규씨는 장성 축령산의 편백을 청도로 가져다가 통나무와 황토로 이루어진 산방을 짓게 된 것이다. 산방의 골재는 호남에서 가져온 편백나무를 사용하였으니 ‘호골(湖骨)’이요, 황토는 영남의 흙을 썼으므로 ‘영토(嶺土)’라는 이름을 붙이게 되었다. 이치에 딱 맞는 이름이 아닌가! 비록 방 한 칸과 거실 한 칸 구조의 작은 산방에 지나지 않지만, 호남과 영남이 모두 함께 녹아 들어 있다.
산방의 외형은 20년 수령의 편백 통나무를 교차시킨 귀틀집이다. 8t 트럭 두 대분의 편백이 소요되었다. 통나무 사이에는 황토와 숯가루, 볏짚을 섞어서 다져 넣었다. 그래야 단단해진다. 벽 두께는 45cm. 청도읍 삼신산 자락의 호골영토산방은 ‘자기를 방생(放生)’하고 싶은 청도의 풍류객들이 모이는 살롱이다. 엊그제 그곳에서 하룻밤 자면서 놀다 왔다.
(조용헌·goat135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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