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동칼럼> 기도는 언제 어떻게 하나
| 2011. 02.26(토) 00:38 |   |
“아파서 이 자리에 참석치 못한 회원도 보살펴 주시고---” 기도를 들으며 ‘비종교인인 나에게 기도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기도는 종교의 전유물이 아니다. 기도는 우주가 인간에게 선사하는 아주 특별하고 소중한 선물이다” 틱낫한 스님 말이다.
왜 소중한 선물일까. ‘몸이 아플 때, 사랑하는 사람이 고통 속에 있을 때, 내가 속한 공동체가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위대한 존재와 연결하여 삶의 에너지를 끌어 오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말대로 ‘에너지’를 받으려면 우선 위대한 존재와 ‘연결’이 되어야한다. 어떻게 해야 연결이 될까.
내가 라디오라고 가상해본다. 주파수를 맞추는 것이 ‘연결’이다. 라디오는 스스로 소리를 내지 못한다. 먼저 주파수를 맞추어 증폭해야 방송국에서 보내는 말과 노래가 울려나온다. 내가 형광등이라면 전기선을 전원에 연결해야 불이 들어온다.
위대한 존재와 주파수를 맞추기 위해 사람들은 온갖 정성을 다한다. 두 손 모으고 무릎 꿇고, 백팔배를 하고, 염불을 외고, 찬송가를 부르고, 고행을 하고, 촛불을 켜고, 심지어 굿을 하기도 한다.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원하는 것을 얻고자 지극정성을 들인다.
나도 간절히 기도해본 적이 있다. 대졸 후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 방황할 때였다. 교육과 병역 의무를 다 마치고 사회에 나가 자립해야할 시기였다. 그런데 앞길이 열리지 않았다. 유학 시도는 자금난에 걸려 포기상태였고 취업은 일자리가 없어 더 어려웠다. 상실감, 낭패감이 마음가득했다. 사람 만나기가 싫어지고 세상이 싫어졌다.
내가 왜 세상에 태어나야했는지, 무엇을 하는 게 내 존재의미인지 ‘어떤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기도의 대상은 우주였다. 나를 있게 한 ‘모든 원인’이었다. 주파수가 틀렸던지 정성이 부족했던지 ‘그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몸은 아프지 않았었다. 목이 마르면 물마시고 배가 고프면 밥이 들어갔다. 마음은 달랐다. 마음은 허기지고 숨이 가빴다. 마음이 병났었다.
그 후에도 나의 기도에 대한 기억은 병났을 때뿐이다. 평소에는 잊고 있다가 몸이 아프면, 마음이 병나면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 주세요’, ‘살려 주십시오’라고 빈다. 나에게 기도란 ‘병났을 때 찾는 약’이다.
간디는 ‘음식은 먹지 않고 며칠 동안 견디지만 기도는 단 1분이라도 못하게 되면 미쳐버릴 것’이라고 말한다. 간디에게 있어 기도는 숨쉬기와 같았나보다. 몸은 숨쉬기를 단 1분만 멈추어도 죽어간다. 그렇듯 마음도 ‘마음숨쉬기’인 기도를 멈추면 미쳐간다고 했다.
‘삶 전체가 기도가 되게 하라’는 틱낫한 스님과 맥이 통한다. 스님은 “앉아서, 서서, 누워서, 걸으면서, 채소에 물을 주면서, 나무 베면서, 빨래하면서, 차를 운전하면서 기도를 하라”고 말한다.
도통한 도인도 아닌 보통 생활인이 걸으면서 빨래를 하면서 운전하면서 위대한 존재와 주파수를 맞출 만큼 집중할 수 있을까. 시내를 걸어가면서 시도해본다. 어림도 없다.
그러나 기도가 꼭 위대한 존재와 연결이 되어야만 하나. ‘티끌모아 태산’이라고 티끌 같이 작은 기도들을 날마다 순간순간 모아 하늘같은 존재에 닿는 방법은 안 될까.
약 찾듯 하던 기도를 밥 먹듯 자주 해본다. 식사 때마다 나에게 음식을 먹게 해준 모든 이, 땅과 풍우를 내린 자연에게까지 ‘감사 합니다’ 소리 없는 한 마디 기도를 드린다.
마음이 따뜻해진다. 이게 작은 기도의 효과일까.
김종남<언론인> jnkim45@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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