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세상리듬 타기가 힘들 때면…
| 2011. 02.12(토) 00:2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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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이란게 라면 한 봉지를 사려해도 그 무거운 차를 몰고 나가야한다. 아침엔 아들을 학교에 태워다주고 오후엔 데려와야하고 또 일주일에 서너번은 태권도 도장에 데려가고, 그 사이사이 식품점, 슈퍼마켓도 들러 생활용품도 사고 밖에 일도 보아야한다.
우리나이로 세살인 둘째는 몸무게가 14kg나 되는 우량아이다. 그런데 잠시도 제 엄마를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다. 우리나라처럼 친척이나 친구가 자주 오가는 것도 아니고 집안 가족하고만 지나다 보니 엄마아빠외에는 아무에게도 가거나 안기기를 거부한다. 음식장만 하는데도 안떨어질려고 해서 제엄마가 한 쪽팔로 껴안고 하고, 심지어 제엄마가 치과치료받는 병원에서도 울고불고해서 무릎위에 앉혀놓고 이빨치료를 받았다.
친해질려고 무척 공을 들였다. 과일도 하나씩 주고 받으며 나눠 먹고, 책도 읽어주고 , 그런데 같이 잘 놀다가도 제 엄마만 안보이면 까만 눈동자를 크게 뜨고 “빠 빠이” 손사래를 치면서 엄마를 찾아 달아나 버린다.
일주일이 넘어서야 겨우 가까워졌다. 시차적응보다 더 힘들었다. 혈육인 손녀 리듬 맞추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세파에 물든 어른들 리듬 맞추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일까.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설득하고 감동시켜 다스려야하는 리더들은 정말 타고 난 능력을 가진 것 같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리듬은 정말 복잡하다. 세상은 빠른 사람, 느린 사람, 돈있는 사람, 권세있는 사람, 선량한 사람, 욕심많은 사람 등등 다양한 사람이 얽혀 산다. 그 위에 모임, 기업체, 기관, 국가 등등 크고 작은 단체들은 얼마나 많은가. 나름대로 다 다른 리듬을 가지고 있다.
세상살이라는 것은 세상의 리듬을 나의 리듬과 조화시켜가는 일 일텐데--.
내리듬은 내 ‘심장 박동’으로 비유할 수 있을까? 내 심장박동은 30에서 100까지가 한계인데 세상리듬은 0에서 200까지 오르내리며 쫓아오라고 한다면 감당을 못할 것이다.
돌이켜 보니 자신의 리듬을 세상의 리듬에 조화시키지 못한 사람들이 병에 걸리는 것 같다. 병은 신체의 리듬이나 정신의 리듬이 깨진 상태를 말함이니까. 세상 리듬을 내 안에서 소화해 내지 못하고 내 리듬마저 흔들리면 감기, 소화불량, 비만, 고혈압, 당뇨, 암 더 나아가 불면증, 조울증, 사람기피증같은 현대문화병에 까지 걸린다.
가끔 세상리듬을 파도로 가상해본다. 세상살이는 바다여행이다. 배여행이라면 나는 체질적으로 복을 타고 났다. 멀미를 않는다. 중학교 2년때 제주수학여행을 갔다. 파도에 흔들리는12시간동안, 열에 아홉은 녹초가 되었다. 얼굴이 노래지고 토했다. 나는 그속에서 굿굿했다.
그런데 대졸후 한 때 멀미를 했다. ‘왜 않던 멀미를 하나?’ 몸이 약해진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정신적인데 이유가 있는건 아닐까. 마음을 풀어 보았다.
배가 파도따라 쑤욱 내려올 때 내 정신리듬도 무거운 몸을 던져버리듯 추욱 떨어뜨려 버렸다. 배가 위로 올라갈 때는 마음속 짐을 풀어 가볍게 따라 떠오르도록 했다. 파도의 리듬을 타는 것이다. 그러자 멀미가 사라졌다.
세상살이도 일들이 다들 내리막일 때 내 일만 올라가지 않는다고 안절부절 속끓이며 올리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몸과 마음을 상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세상일은 다같이 새것을 찾아 오르막인데 나만 옛것을
꽉 붙들고 놓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때도 있다.
리듬을 역행하면 힘이 든다. 세상이라는 배를 탄 사람이 큰파도의 리듬을 거슬려 힘이 다하면 멀미를 앓는다.
그러나 세상리듬이 아무리 복잡해도 오르고 내림에 있어서만은 파도와 크게 다를 바 없다. 그 리듬이 빠르거나 느리거나 잦거나 드물거나 또 변덕스럽게 휘몰아치거나 뒤엉키거나 하는 것도 닮았다.
파도리듬같은 세상리듬을 소화해내려면 무엇보다 몸과 마음이 자유로워야한다. 몸도, 마음도, 어느 한 곳에 묶이지않게 풀어 놓아야한다.
세상살이가 어려워 몸과 마음을 묶어놓은 연줄이 잘 안풀릴 때는 기본으로 돌아가야한다. 내가 태어날 때 리듬은 무엇이었던가? 어린애 리듬에 나의 리듬을 맞추어보자. 거기에서 부터 새로 시작해본다.
김종남 <언론인> <jnkim45@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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