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동칼럼> 지역신문이 해야 할 일, 바로 이것!!

2012. 09.15(토) 18:24

십 수 년 전, 뷔페식당이 광주에 처음 생겼을 때이다. ‘입장료보다 몇 배 씩 먹고 나가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 수지를 맞출 수 있을까?’ 그런데 괜한 ‘남 걱정’이었다. 알고 보니 많이 먹는 사람 보다 ‘남기는 사람’이 더 문제라고 했다.

어느 뷔페식당에는 ‘음식 남기면 천량 벌금’이라는 팻말까지 붙었었다. 다행히 지금은 그런 벌금 안 매겨도 되는가 보다. 오히려 적게 먹으려고 뷔페를 찾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나는 음식을 ‘안 남길 수 있어’ 뷔페를 좋아한다. 어린 시절, ‘음식을 버리면 죄 받는다’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자랐었다. 식량이 부족했던 그때는 실제 남기거나 버릴 음식도 없었다. 나이 들어서도 하숙생활, 기숙사생활 몇 년 했더니 음식 안 남기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요즘은 세상살이가 좋아져 먹을거리가 많아졌다. 그래서인지 외식할 때면 거의 과식하기 마련이다. 습관대로 남아있는 음식을 못 보아 넘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상다리가 휘도록 수 십 가지 반찬이 오르는 한정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걸 다 먹어야할 것 같은 부담감을 떨치기 어렵다.

광주매일신문이 지난해 ‘잔반 줄이기’캠페인을 벌이자, 난 ‘잘하는 일’이라고 박수를 쳤다. 그에 이어 광주매일은 올해 들어서도 ‘음식문화 새롭게’ 연중 캠페인을 시작했다. 정말 잘한 일이다. 음식의 고장, 미향(味鄕)을 브랜드로 내세우는 우리 남도가 제일 먼저 해야 할 시민운동을 앞장서서 이끌고 나가는 쾌거이다.

지역신문이 해야 할 일이 바로 이런 일이다. 중앙지보다 자본도 적고 기자봉급도 적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불평만 할 것이 아니다. 지방지는 지역주민들의 삶에 보탬이 되는 기사를 만들어야한다. 캠페인기사로 지역민들이 나아갈 방향을 올바로 제시하고 다 같이 힘을 모아 보다 잘 살게 만들어야 한다.

우리 남도가 ‘맛의 고장’이라고 자랑들은 하지만 음식쓰레기를 많이 남기는 구태적이고 낭비적인 음식문화를 바꾸지 않는 한 외지인을 모여들게 만들 수 없다. 세계 사람들이 돈 들고 찾을만한 ‘맛의 고장’이라고 인정해 주지 않는다. 우리보다 훨씬 잘사는 미국사람들도 외식하다 남은 음식은 집에 싸들고 간다.

광주전남은 영산 섬진강이 빚어내는 비옥한 호남평야, 1천개가 넘는 섬들과 세계제일의 리아스식 해안을 낀 청정바다, 천연의 개펄에서 맛있고 풍성한 먹거리가 쏟아진다. 우리나라 최고의 맛 고장이 될 수밖에 없다. 최상의 먹을거리에 곁들인 농어촌 체험 관광은 21세기 남도를 먹여 살릴 가장 강력한 성장 동력이다.

지금 당장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남도 음식문화를 세계화시켜야한다. 한류 대장금과 소녀시대가 세계인의 마음을 휘어잡듯 남도음식문화가 세계인의 입맛을 끌어당기도록 알려야한다. 이런 일에 지방신문 광주매일이 앞장섰다.

우리나라 신문과 방송들은 15년 전 IMF위기 때 ‘금모으기’ 캠페인을 성공시켜 지금까지 세계인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한번 뜻을 모으면 못해낼 일이 없다. 이제, 우리 남도에서도 광주매일이 새로운 남도음식문화 만들기에 뜻을 모으자고 깃발을 들었다. 남도에서 시작된 이 캠페인이 광주전남은 물론 대한민국 전체를 넘어 아시아, 세계로 번지도록 다 같이 동참해야 한다.

김종남< 언론인> <jnkim45@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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