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함칼럼>‘금남공원의 폴리 답답하다

2012. 07.17(화) 16:57

지난해 광주디자인비엔날레를 추진하면서 광주시내 곳곳에 폴리(Folly)라는 것을 세웠다. 폴리는 초기에는 조경에 추가되는 시설물의 개념이었으나 장식용으로 사용되면서 ‘시선을 끄는 시설’ 또는 문화적 기능을 수행하는 공공시설물의 개념으로 확장되었다.

폴리의 대표적인 설계자는 네덜란드의 존 커멜링(John Kormeling)인데 그가 만든 폴리는 우선 예쁘고 실용적이다. 기존 건축물에 붙여 예쁘고 쓸모 있는 구조물을 만들어 놓은 것으로 유명하다. 일본 니카타의 에치고츠마니의 폴리들도 주민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광주폴리는 우선 아시아문화중심도시를 표방하는 광주에 예술적 ‘포인트’를 주었다는 점에서 신선한 아이디어로 평가를 받았다. 때문에 올해도 독일출신의 건축가 니콜라우스 허쉬(Nikolaus Hirsch)를 감독으로 영입했고 현재 작품을 공모하고 있다.

‘광주폴리에 긴급동의’를 하는 것은 더 이상 폴리라는 개념에 함몰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다. 우선 지난해 만들어놓은 폴리 가운데 시민들의 입살에 오르기도 하고 전문가들로부터도 의아심을 받고 있는 것들에 대해 얘기하기로 하자.

먼저, 금남로 한국은행 자리에 만든 ‘유동성 조절’이란 작품이다. 베를라헤대학의 알레한드로 지에라폴로 건축학과장이 설계한 것이다. 금남공원 모퉁이를 문화 활동과 레저를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차도에서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보호막을 만든다는 발상이었다.

이곳은 한국은행을 뜯어내고 도심에 소나무공원을 만들어 답답한 도시에 작은 허파 하나를 만들어 놓은 곳이다. 금남로 5가나 충파쪽, 아니면 대인동 쪽에서 시내로 들어올 때 확 터진 시원한 공간이 답답한 시민들의 가슴을 열어주었다. 간혹 젊은이들이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도 문화도시로 가는 모습을 닮아 보기에 좋았다. 그런데 느닷없이 이 구조물이 들어서면서 시민들의 시야를 막아버렸다. 시야가 막혀버리자 금남공원의 젊은이들도 떠나버렸다.

두 번째가 충파 앞에 만들어진 ‘99칸’이란 폴리다. 지하상가에서 나오는 두개의 출구를 덮는 캐노피 형태의 긴 구조물로 미국의 피터 아이젠만 쿠퍼 유니온 석좌교수가 설계했다. 100개의 프레임이 주는 규칙적 패턴의 변화를 통해 파출소 벽과 주변공간에 재미를 제공하겠다는 것인데 처음부터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현재도 감동을 주지 못한다. 우선 답답하다. 또 언제까지 그대로 둘 것인지 궁금하다. 옛 광주읍성터만을 고집하는 바람에 좋은 작가의 신선한 아이디어가 푸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좋은 자리를 찾아 옮기는 것도 광주폴리를 살리는 길이라고 본다.

한곳만 더 말하라 한다면 궁동 옛 광주MBC 사옥(김재규 경찰학원) 앞에 세워진 ‘서원문 제등’이다. 영국 플로리안 베이겔 메트로폴리탄 교수가 설계했다. 광주읍성의 동쪽문이었던 서원문을 상징하고 그 안에 들어 있는 5.18 기념비를 통해 시대정신을 부각한다는 의도다. 그러나 이곳을 지나는 많은 사람들이 폴리라는 ‘예술적 포인트’가 있는지 조차 알지 못할 정도다. 많은 구조물 속에서 거추장스럽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이 또한 최적의 장소를 찾지 못함으로써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일일이 다 거론할 수 없지만 세계적인 작가의 좋은 아이디어가 썩고 있어 가슴 아프다.

일부 광주폴리가 이처럼 사랑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조급성’에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비좁은 공간에 옹색하게 끼워넣다 보니 꼴불견까지는 아니더라도 계륵(?)이 된 것 같다.

다행히 올해의 감독으로 선임된 니콜라우스 허쉬는 세계건축가상을 수상한 베테랑이란 점에서 믿음이 간다. 대학에서 건축대학장을 지냈고 미술관의 디렉터로 활동하면서 드레스덴의 ‘유대교회당’, ‘보켄하이머 데포 극장’, ‘유나이티드네이션즈플라자’등을 설계한 전문가로서 기존 폴리에 대한 이전 문제까지도 폭넓게 검토해주기 바란다. 아울러 광주시도 광주폴리에 대한 시민들의 다양한 생각들을 다시 한 번 들어서 좋은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지형원<인터넷 신문 문화通 대표>

지형원 mtong@mtong.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