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항섭 평론>김해성 : 꿈과 현실을 융합하는 유토피아

2012. 04.06(금) 09:17

우리는 때로 현실적인 일체의 제약에서 벗어나 누구로부터도 간섭받지 않는 절대자유를 꿈꾼다. 더불어 사랑과 행복과 평화가 만연하는 그런 이상적인 세계를 꿈꾸기도 한다. 어쩌면 인간이 예술을 추구하게 된 것도 다름 아닌 그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인지 모른다. 인간의 미적 감수성을 자극하는 예술이야말로 승화된 현실이기에 그렇다. 아름다운 감정을 자극하는 예술을 통해 현실을 초월하는 이상적인 세계에 한 걸을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김해성은 그림을 통해 누구나가 공감할 수 있는, 사랑과 행복과 평화와 환희의 감정을 부추기는 이상향을 구현하고 있다. 그의 그림에는 일상적인 우리들 삶의 공간과는 완연히 다른 초월적인 정경이 펼쳐지고 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아름다운 환상의 세계가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그 소재 및 대상이 낯선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의 그림 속에서는 마치 꿈속의 한 장면처럼 바뀐다. 꿈과 현실을 하나의 공간으로 융합하여 초현실적이고 환상적인 조형세계를 구현하고 있는 까닭이다.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소재 및 대상은 시각적인 아름다움 및 즐거움을 준다. 단지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하며 평화스러운 감정에 젖어들도록 한다. 아름다움의 대명사인 꽃을 비롯하여 새, 나비, 달, 별, 구름 등 자연적인 소재들과 천진난만한 어린이와 꿈 많은 소년소녀가 그 주인공들이기에 그렇다. 이들 소재가 이합집산하면서 동화나 설화와 같은 이야기를 지어낸다. 단순히 소재의 아름다움을 찬미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들 여러 소재들이 어우러져 서정적인 시 또는 서사시와 같은 정경을 연출한다.

따라서 어느 그림이나 감성을 자극하는 아름다운 내용이 있다. 시각적인 즐거움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읽는 재미가 있다. 삶의 경쟁으로 치열한 우리들의 일상과는 완연히 다른, 천진무구한 어린이들만이 가질 수 있는 환상적인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초현실적이 아니라 되레 현실에 가깝다. 그림 속의 공간이 비현실적이고 초현실적이어서 그렇지 거기에는 결코 생소하지 않은 현실적인 정경이 담긴다. 가령,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하는 아이들, 자전거를 타고 가는 소년소녀, 꽃바구니를 안고 가는 소년소녀들과 같은 내용은 현실에서 볼 수 있는 정경이다. 다만 꽃이나 구름 위에서 춤을 추고 악기를 연주한다든가, 꽃 위에 집들이 놓여 있다는 설정은 확실히 비현실적이다. 하지만 그 비현실성이야말로 현실과 다른 회화적인 아름다움 및 환상을 가능케 하는 조형적인 장치이다.

소재의 선택 및 배치 그리고 구성에 따라 내용이 결정된다. 모든 작품에 일관되게 나타나는 중심적인 소재는 꽃과 새, 그리고 어린이 또는 소년소녀들이다. 여기에서 꽃은 한두 송이가 아니라 줄기째 또는 꽃바구니에 담긴 채로 묘사된다. 물론 꽃의 경우 중심적인 소재와 부수적인 소재로 나뉜다. 중심적인 소재일 경우에는 크기에서 인물과 등가를 이룬다. 부수적인 소재는 내용, 즉 이야기의 내용을 거드는 보조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그의 작품은 이렇듯이 주제와 부제가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초현실적인 조형공간을 창출한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개의치 않는 자유로운 소재의 배치는 보다 풍부한 시각적인 이미지 및 무한한 상상의 여지를 허용한다.

한편 꽃과 새, 나비 등 원색적인 색채이미지를 가진 소재들인데도 그의 작품에서는 단색조의 색채이미지로 변환함으로써 결코 화려하지 않다는 인상이다. 오히려 원색에 대해 금욕적으로 보일 만큼 색채가 억제되고 있다. 그런데도 이상한 일은 현실적인 상황보다도 더 화려하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이러한 느낌은 초현실적이고 환상적인 화면구성에 기인한다. 대다수의 작품이 짙푸른 남색을 바탕색으로 설정하고 있다. 남색은 하늘, 즉 우주의 상징적인 색깔로 인식되고 있는 형편이고 보니, 신비스러운 분위기가 농후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우주는 실재하는 공간이지만 지구라는 조그만 별에서 살고 있는 인간의 감각으로는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무한한 상상의 공간으로서의 우주를 배경으로 전개되는 아이들과 꽃이 함께 어우러지는 정경은 정녕 환상적이고 신비적이다.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는 환상적이고, 환상은 회화적인 이상에 가깝다. 현실에서 불가능한 우리의 꿈과 동경과 상상을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 다름 아닌 회화가 추구하는 이상향인지 모른다. 그는 그러한 회화적인 이상을 실제에 근사하게 꾸며놓고 있는 셈이다.

그의 그림은 주제와 부제가 화답하는 형식의 조형언어를 보여준다. 실제적인 크기의 이미지와 아주 작은 이미지를 하나의 공간으로 수렴하는 이중구조의 화면 구성은 환상적인 분위기를 증폭시킨다. 주제에 합당한 크기의 아이들이 화면 중심을 차지하는 가운데 아득히 먼 원경에는 교회당이 있는, 확연히 다른 이중의 화면구조는 어린이의 공간지각을 차용한 것이다. 이 역시 비현실성은 물론 초현실적이고 환상적인 이미지를 조성하는 요인이다.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꽃과 새, 나비 그리고 어린아이 또는 소년소녀의 이미지는 탐욕적인 현실상과는 상반된 세계를 그린다. 노래하고 춤추고 악기를 연주하는가하면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꿈 많은 소년소녀는 선의 상징이다. 다툼이 없는 세상이야말로 이상향이다. 서로 사랑하고 화합하며 조화를 이루는 관계로서의 자연미, 그리고 그 상징적인 소재들이야말로 이 세상을 향한 구원의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오로지 꿈과 사랑과 행복과 낭만의 감정을 부부추기는, 진실하고 선량하며 아름다운 세계를 지향하는 그의 그림을 보면서 그 반대의 악한 감정을 느끼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그는 자신의 그림을 통해 팍팍하고 혼탁한 세상이 정화될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인지 모른다.

신항섭<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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