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와 학인당

2011. 10.01(토) 20:39

판소리 전문가들에 의하면 판소리의 전성기는 조선후기에서 일제시대에 이르는 기간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중심지는 호남 지방이었다. 당시 호남은 곡창지대일 뿐만 아니라 물류의 중심지였기 때문에 돈이 많았다. 동서와 고금을 막론하고 돈이 있어야 예술이 발달하는 것 아닌가.

그 중에서도 전주(全州)는 호남의 중심지로서 돈 많은 중인 계급들이 몰려 있던 곳이었다. 이들 부유한 중인 계급들이 판소리를 즐기면서 발달시켰다. 또한 전주는 동학혁명(東學革命)의 여파로 인해서 양반과 중인 계급의 신분적 차별이 전국에서 제일 먼저 사라지기 시작한 곳이다. 부자가 된 중인들이 양반 눈치 보지 않고 자유스럽게 자신들의 취미생활과 예술을 즐길 수 있었다는 말이다.

전주 교동(校洞) 일대에 있는 ‘한옥마을’은 이러한 부자들이 살았던 기와집들이다. 대략 700여 채의 한옥 중에서 가장 압권은 ‘학인당’(學忍堂)이다. 학인당은 일제시대 호남 판소리의 중심지였다. 당시 내로라하는 명창들이었던 임방울·박녹주·김연수·박초월·김소희 같은 스타들이 수시로 이 집에 와서 공연을 하였다.

학인당은 본채 내부가 판소리를 공연할 수 있도록 설계된 특수한 구조의 집이었다. 부자 중인이었던 백낙중(白樂中·1881~1930)이 1908년에 완공한 이 집은 백두산과 오대산의 소나무를 공수해서 지은 저택이었다. 대지 2000평에, 사랑채 건평은 120평, 본채는 65평이었고, 건축비는 당시 쌀 8000가마가 소요되었다.

후손들의 증언에 의하면 명창들의 판소리 공연은 본채에서 이루어졌다고 한다. 본채 구조는 ㄱ자 형태의 ‘칠량(七樑)집’이다. 7개의 들보를 사용해서 2층 집에 가까울 정도로 천장이 높게 되어 있다. 가운데에는 가로·세로 6ｍ 크기(4칸)의 대청마루가 있는데, 마루 좌우의 문을 들어올리면 좌측의 4칸 방과 우측의 2칸 방까지 공간이 확대되는 구조이다. 총 10칸의 무대공간이 확보되는 셈이다. 여기에다가 앞뒤의 유리문도 철거하면 각각 1칸 크기의 툇마루까지 추가로 확대된다. 애초부터 유리문의 바닥 문턱이 조립식이라 철거가 가능하였다. 총 12칸의 공간으로, 약 100명이 실내에서 판소리 공연을 감상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전주 학인당은 판소리의 명가(名家)이다.

조용헌 goat135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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