木浦 三味

2011. 10.01(토) 20:28

한자로 ‘포(浦)’자는 ‘갯벌’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포’자가 들어가는 지명은 갯벌이 있었던 곳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목포(木浦)도 마찬가지이다.

새만금 때문에 근래에 갯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환경운동가가 아닌 미식가(美食家)들도 진작부터 갯벌에 관심이 많았다. 왜냐하면 갯벌이 있는 곳에서 나는 생선들이 유난히 맛이 있기 때문이다. 갯벌과 맛은 분명 함수관계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목포는 미식가들이 주목할 만한 항구도시임에 틀림없다. 뿐만 아니라 목포는 신안군 일대의 임자도(荏子島) 비금도(飛禽島) 암태도(岩泰島)를 비롯한 수십 개의 섬들을 병아리처럼 품고 있는 암탉 같은 도시이다. 이 섬들 또한 대부분 갯벌이 풍부한 지역이라서 잡히는 물고기들의 맛이 뛰어나다. 그리고 이 섬들에서 출하되는 물고기들이 모두 모이는 곳이 목포다.

다년간 목포를 출입하면서 목포의 별미(別味)를 정리해 보니까 세 가지로 압축된다. 홍어, 세발낙지, 민어(民魚)이다. 이름하여 ‘목포 삼미(三味)’다. 홍어는 단연 흑산도에서 잡히는 것이 유명하다. DJ 때문에 홍어는 더 유명해졌다. 세발낙지는 갯벌에 서식한다. 목포 바로 위쪽의 영암군 미암면 일대가 원래 세발낙지의 원조였지만, 영암호 방조제를 쌓고 갯벌이 사라지면서 무안군의 해제와 망운 지역의 ‘뻘밭’에서 나는 세발낙지가 그 명성을 계승하였다. 현재의 목포 세발낙지는 해제와 망운에서 잡히는 것들이다.

그 다음이 민어이다. 목포 사람들은 여름 생선회로 민어를 최고로 친다. 다른 생선들은 여름에 날것으로 먹기가 부담스럽지만, 민어만큼은 날씨가 더워지는 6~7월에도 배탈 걱정을 하지 않고 먹을 수 있는 선어(鮮魚)로 여긴다. 민어는 요즘이 제철이다. 민어는 임자도에서 잡히는 것을 최고로 친다. 민어가 겨울에는 수온이 따뜻한 삼천포 쪽에 있다가, 날씨가 더워지는 5~6월이면 다시 임자도 근방으로 이동하는데, 이때 임자도에서 잡히는 민어의 맛이 최고라는 것이다. 여름 보양식으로 보신탕·삼계탕도 있지만, 목포의 한량(閑良)들은 민어를 더 선호하는 습관이 있다. 한나라당 사람들이 요즘 호남을 자주 방문한다고 하는데, 목포에 가거들랑 민어 맛을 꼭 보고 오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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