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만나 아름다운 꽃이 되었습니다”

김용택시인 -이은영씨 부부 ‘내곁에 모로 누운 사람” 펴내

2011. 06.25(토) 18:07

'섬진강 시인'으로 불리는 김용택(63)씨가 아내 이은영 씨가 주고받은 편지 83통을 묶어 '내 곁에 모로 누운 사람'(마음산책 펴냄)이라는 이름으로 책을 펴냈다.

"비가 오고 한가한 날이면 당신이 우산을 쓰고 나를 마중 나왔지요. 활처럼 휘어진 강 길을 따라 당신이 오고, 아이들이 따라올 때도 있었지요. …그 아이들이 자라 벌써 자기 길을 찾아가는 사람이 되었습니다."(남편)

"나는 그저 보잘것없는 한 사람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당신의 그 섬세함으로 죽은 나뭇가지에서도 꽃을 피우듯, 나는 당신을 만나 이 세상에 아름다운 꽃이 되었답니다."(아내)

두 사람은 정말 우연히 만나 부부가 되었다. 김시인이 부친상을 당했을 때 동생 친구인 이 씨를 처음 만났고 그것이 인연이 돼 부부의 연의 연이 된 것. .

책에는 부부가 만난 이야기도 편지에 소개된다.

"햇살이 맑던 겨울 어느 날 당신을 찾아갔지요./"선생님, 저랑 같이 살면 안 돼요?"/…"은영아, 제정신이냐? 내가 나이가 몇인 줄 알아?"/"네, 서른여덟요."/"너는?"/"스물넷요."/"정신 차려라. 부모님을 생각해야지."/그래도 당신이 말은 그렇게 해도 약간 흔들리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132쪽, 아내)

부부는 편지를 교환하며 소소한 일상이나 계절과 자연에 대한 변화, 그리고 입대하는 아들을 바라보는 부모의 애틋한 마음, 미국에서 힘겹게 공부해 대학에 들어간 딸에 대한 걱정 등 부부가 자녀를 키우면서 걸었던 기대와 염려도 전한다.

또 고부 관계에 대한 생각도 진솔하게 남편에게 밝힌다.

"끝도 없는 사이가 고부간입니다. …처음에는 당신이 어려워서, 또 사람으로서 양심에 가책이 돼서 어머니의 말씀을 잘 들은 적도 있습니다. …진짜 어머니가 미웠었는데…편지를 쓰다 보니 어머니가 보고 싶습니다." 256쪽. 1만1천500원.
시인' 김용택 부부의 편지 사랑>


손옥연 기자 soy1164@mtong.kr        손옥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