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후 시집 '스미다' 발간

2010. 07.02(금) 11:48

시인이자 시낭송가로 널리 알려진 오소후씨(62)가 2005년 ‘좀꽃마리’에 이어 두 번째 시집 ‘스미다’를 내놓았다.
이번 시집은 ‘스미다’ 연작시집으로 1부 ‘에테르 시간들’ 2부 ‘고풍스런 안부’ 3부 ‘우흔(雨痕)'으로 나눠 모두 59편의 시를 실었다.

오 시인은 이번 연작시집을 통해 보이지 않는 또 하나의 눈과 귀와 코를 가지고 깊숙이 스미어 있는 것들을 들춰내고 있다. 더러는 사랑이 스민 여인으로, 더러는 한이 스민 어머니로, 더러는 인생을 깊이 반추하는 시인으로서 각자의 삶속에 깊이 스민 것들을 건져내고 있다. 마치 해녀가 깊은 바다 속에 들어가 깊고 내밀한 것을 건져 올리는 것처럼 오시인은 시어를 통해 영혼이라는 것을 씻어 주고 있다.

그래서 오 시인의 시는 수묵화다. 더러는 수채화이기도 하지만 강렬하거나 수십 번 덧칠한 유화는 아니다. 담백하고 꾸밈이 없고, 그리고 자연스럽게 떠올려지는 시어를 가볍게 던져놓았다. 오래된 무용수가 스쳐가는 음악에 맞춰 가볍게 포즈를 취한 것과 다름 아니다. 이제 오 시인은 누구의 말이나, 스쳐지나가는 바람 소리나, 사람들의 깊은 농담까지도 가슴에 스미도록 받아들일 것 같다.

‘아, 보고 싶어’
이 말이 지하철을 타고 몇 정거장을 지나고
마지막 역사의 불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고 말았다.

아, 보고 싶어
한 둘, 사람이 사라진 종착역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어두운 밤하늘에 별 떼로 날아가고 있었다.

아, 보고 싶어
개인적으로 할 말은 스산한 밤바람이 으스스하고
푸름한 밤안개의 객석에서 누가 일어나 말을 걸어준다면

아주 진하게 아, 보고 싶어 아주 진하게

이 생각은 언어로 잉태되지 못한 정자이거나 난자였다.
(스미다 .21-아주 진하게)


그가 열의를 갖고 바짝 다가와서 말을 건네면
내 손바닥에 전기가 들어와 따듯하다

그가 즐기는 향유를 뿌리고 내 앞을 지나면
내 심장에 빠른 박자로 작은 북이 울린다

세상은 무엇인가

그가 좋아하는 면가락을 후르룩 빨아들이면
내 입에서 호르륵 가벼운 웃음이 터진다

그가 탁탁 바닥을 치며 스페인 춤을 추면
나는 수수께끼를 풀지 못한 아이가 된다

아, 세상은 무엇인가
(스미다 -22.즐거운)

시인 문병란은 “ 그의 시는 겸손이라든가 양보 그런 동양적 겸양보다는 속물근성을 배격하는 경건성을 띄고 있다. 지평, 그의 문학은 쓰러지는 것들 고전적 낡은 것들을 깊숙이 삼키고 삭히고 썩히는 되새김질, 온고지신의 모더니즘 혈통을 간직하고 있다”고 평한다.

오소후 시인은 광주출신으로 전남대학교 영문과와 호남대학교 대학원 국문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1년 무등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좀꽃마리’를 펴냈고 ‘시낭송의 이론과 실제’ 영한번역시집 ‘세상은 꿈꾸는 것 보다 더 돌연하다’ 등을 펴냈다.
한구문협, 광주문협, 광주시인협회. 국제팬클럽 광주지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공연시낭송반 전담강사로 출강한다.





편세라 기자 psr@mtong.kr        편세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