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독일을 놀라게 한 ‘예약된 거장’

광주출신 슐츠갤러리 전속작가 세오 서수경씨.
2010. 03.27(토) 07:36확대축소
작업실에 가장 먼저 갔고 가장 늦게 까지 남아 있던 동양의 여자 유학생, 세오( SEO. 33.한국명 서수경)이 화려한 타이틀로 금의환향했다. 독일의 인기작가이자 독일 3대 화랑가운데 하나인 슐츠갤러리 전속작가, 뉴욕현대미술관, 프랑크푸르트 미술관 등에 세계 유명미술관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을 정도로 유명작가 되었다.

지난 25일부터 광주시립미술관 1,2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21세기의 전쟁과 평화’전에 세오는 독일작가 A.K. 펭크, 뢰머+뢰머 부부와 함께 작품을 내걸었다. 이 전시회는 전쟁의 아픔을 겪었던 나라인 독일작가와 현대에 여러 가지 형태로 벌어지는 전쟁의 모습을 보여주며 반전‧ 평화의 메시지를 전한다. 독일 현지에서 신낭만주의 화가로 평가받고 있는 세오는 이 전시회에 8점을 선보이고 있다.

게오르그 바젤리츠에게서 배우다

1977년 광주에서 태어난 세오는 어린 시절부터 언니와 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어린 세오는 언니만큼 잘 그리지 못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기 계속하기 위해 광주예고에 진학했고 조선대학교에 진학해 한국화를 전공했다.

세오는 대학시절 독일의 표현주의 미술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베를린 미술대학으로 달려가 독일 현대미술의 거장인 게오르그 바젤리츠 교수를 찾아갔다. 어학과 그림을 병행해야만 했던 초기 유학시절, 큰 용기를 내 “당신에게 그림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지만 바젤리츠 교수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매주 30Kg이 넘는 그림을 가지고 3개월 동안이나 바젤리츠 교수에게 매달렸다.

바젤리츠 교수는 독일 신표현주의의 대표작가다. 힘 있는 터치와 거대한 화면, 강렬한 원색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거꾸로 그리는 인물화로 유명하다. 드디어 그의 제자가 되었다.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SEO.

세오는 가장 일찍 작업실에 갔고 가장 늦게까지 남아 그림을 그렸다, 한국화를 전공했지만 유학 초기에는 유화작업에 골몰했다. 그러나 바젤리츠는 흰색, 검은색 물감과 가는 붓을 쥐어주며 “네가 어디서 왔는지 잊어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한국화와 서양화 사이에서 고민하던 세오는 자신만의 캔버스에 색을 입힌다. 캔버스에 색칠을 하고 그 위에 색 한지조각들을 손으로 찢어 콜라주 기법으로 붙이고 아크릴로 덧칠해 형상을 만들어 나간다. 이 같은 작업을 반복함으로써 색감은 층층이 우러나는 느낌을 전한다. 바젤리츠 교수는 종이로 투명효과를 냈다고 칭찬했다. 동양화의 선이 서양의 색감과 만나 세오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2003년 바젤리츠 교수반 20명의 학생이 미하엘 슐츠 갤러리에서 작품전을 열었다. 전시 오픈 30분 만에 그녀의 작품 5점은 모두 팔렸고 몇 달 후 열린 ‘아르코 스페인 아트페어’에 낸 소품 12점도 모두 팔렸다. 유럽 화단은 세오의 작품을 ‘신낭만주의 화풍’이라고 극찬했다.

그해 가을 미하일 슐츠 갤러리는 그에게 대형작업실을 마련해 주며 작업에만 전념하게 했다. 이렇게 유학생 신분으로 미하일 슐츠 갤러리의 최초, 최연소 전속작가가 된 것이다. 베를린예술대학은 2004년 졸업식장에서 개교 320년 역사상 최초로 세오에게 학교 명예를 빛낸 공로로 ‘졸업특별 총장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동양과 서양의 조우
세오 作 '논둑길'


“찢어 붙이고 쌓여서 만든 아름다움”
세오의 그림은 팸플릿이나 이미지로만 보면 ‘단지’아크릴로 그려진 것처럼 보인다. 가로 세로 2미터가 넘는 작품을 가까이에서 자세히 바라보면 작은 종잇조각들이 보인다. 색한지를 겹겹이 찢어 붙여 형태와 색면을 만드는데 층을 이루는 한지는 아래쪽의 색이 비춰 독특한 분위기를 준다. 강렬하고 화려한 색상은 표현주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동양과 서양의 정신과 기법을 잘 어우러지게 표현했다.


작품에 사용하는 한지는 전주에서 공수해 온다. ‘나의 팔레트’라 표현하는 색한지 500여장과 직접 염색해서 만드는 50여장의 색한지를 물감처럼 사용한다. 동양화의 준법을 이용한 윤곽선을 그리고 한지를 사용해 색을 입힌다. 동양의 선으로 서양의 색을 아우르는 것.

자연을 묘사한 작품에는 그녀만의 표현기법 장점이 더 두드러진다. 불상과 동자승, 나무가 어우러진 풍경,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인물 풍경, 누런 벼가 익어가는 논길 풍경, 수련을 그린 작품들을 안정감과 편안함을 안겨준다.


그녀의 작품으로 2009년 퀼른 아트호텔을 오픈하기도 했다. 아트호텔이란 로비부터 레스토랑 객실까지 모두 한 작가의 작품으로 호텔 전체를 꾸미는 것. 앤디 워홀, 볼프 보스텔, 바젤리츠, A.R. 펭크, 카타리나 지버딩, 도날드 술탄 등 전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들로 꾸며져 있다. 7번째로 오픈하는 퀼른아트호텔을 세오의 작품으로 꾸민 것이다.

유럽화단에서 인정받은 세오는 지난 2007년 서울 갤러리 현대에서 첫 전시를 열었다. 독일에서 작업한 초기 작품부터 근작 30여점을 선보였는데 전시하자마자 모두 판매되는 기염을 토했다. 이번 광주전시를 마치면 4점을 더해 베이징 전시가 있고 오는 9월에는 독일 슐츠갤러리에서 개인전이 계획되어 있다. 내년에는 광주전 작품으로 이스라엘 전시를 할 예정이다.

그녀의 작품은 뉴욕현대미술관, 프랑크푸르트현대미술관, 독일연방총리 공관등에 걸려있다. 지금도 그녀의 그림을 갖고 싶어하는 100여명의 대기자가 있을 정도로 인기가 있다.

현재의 그녀가 있기까지 어느 누구도 상상할 수 없을 피나는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SEO. 그녀는 이제 누군가의 ‘이정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유럽화단에 진출하려는 후배들에게 ‘할 수 없어, 그 누구도 해 낸 사람이 없잖아.’가 아닌 ‘세오도 해냈잖아. 나도 할 수 있어’라고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는 존재가 된 것이다.

세오는 “좋은 기회가 왔을 때 잡기 위해서는 언제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며 한국의 젊은 미술인들이 끊임없이 준비하라고 일렀다. 그리고 지금 광주의 미술의 새롭게 꿈틀거리고 있기 때문에 머지않아 세계적인 관심을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 봤다.

편세라 기자 psr@mtong.kr        편세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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