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除夜(제야)' 적신 케냐 ‘지라니 합창단’

2천여 관객 앵콜에 한국민요로 화답

2009. 12.31(목) 22:54

지라니 합창단 공연장면

2009년 12월 31일 밤, 잊을 수 없는 제야의 밤이었다. 한국을 찾은 케냐의 슬럼가 마을 어린이 합창단이 희망을 노래하자 광주시 서구 매월동 광주무등교회를 가득 매운 2천여 관객들은 감동의 눈물을 훔치며 기립박수로 이들을 격려했다.
아프리카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 외곽의 슬럼가 마을 ‘고르고초’. 스와힐리어로 쓰레기를 뜻하는 이곳 빈민촌의 ‘지라니 어린이 합창단’이 광주에서 마지막 한국공연을 가진 것이다.

KBC광주방송이 생중계하는 가운데 진행된 이날 음악회에서 이들 지라니 합창단은 ‘우리는 내일의 어린이’를 비롯하여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도레미송’ 뮤지컬 맘마미의 주제곡, 그리고 ‘고향의 봄’ ‘도라지 타령’ 등의 한국가곡과 민요, 아프리카 민요 등을 선사해 아프리카 특유의 음색으로 영혼을 울리는 소리를 낸다는 찬사를 받았다. 이날 공연에는 광주무등교회 어린이 합창단이 우정출연 했다.

지라니 합창단은 슬럼가 고르고초 마을에서 학교라곤 가본 적이 없는 어린이들로 구성되었다. 쓰레기장을 뒤지며 아무런 희망도 없이 살아가는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노래를 통해 기적을 일궈낸 사람이 임태종목사(지라니문화사업단장)이다. 2년여 전 선교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가 음악을 통한 새로운 삶을 개척했다.

이날 공연은 김재창 예술감독의 지휘로 이뤄졌는데 김 감독은 맨 먼저 아이들과 눈 맞추기를 시도했다. 빈민가 출신으로 자신감도 전혀 없고 자포자기한 듯 목소리가 기어들어가기만 하던 아이들에게 희망과 자부심부터 심어줬다. 그렇게 하여 소리를 끌어냈고 함께 춤을 추었다.
2년이 지난 지금 지라니 합창단의 수준은 세계 정상급이라는 것이 그의 평가다. 발성은 유럽의 유명 어린이 합창단 보다 튼튼하고 음악성과 영적인 느낌에서 앞선다는 것. 다만 정확한 음계나 기교에서 약간 뒤질 수 있지만 나머지는 결코 손색이 없다고 말한다.

지라니 합창단의 활동은 케냐 현지에서도 커다란 뉴스다. 케냐와 우간다 탄자니아를 포괄하는 현지 최대 언론사인 네이션 미디어 그룹의 존 무치리 기자가 한국에 동행, 취재를 벌이고 있다. 그는 “지라니합창단의 노래를 듣지 못한 이들에게 조차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활동은 매우 큰 뉴스”라고 소개한다. 한편, 지라니 합창단원은 모두 80여명. 이 중 32명이 오디션을 거쳐 지금 한국 공연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 12월초 방한한 이들은 한 달 동안 무려 23회의 공연을 가졌다.


편세라 기자 psr@mtong.kr        편세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