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현대미술 스타 ‘팡리쥔’을 아시나요

유명연예인 대접…1년 60~70억원 팔려

2009. 12.15(화) 11:17

광저우 광둥미술관에서 11일 개막된 ‘팡리쥔:시간의 실마리’ 전시작 앞에 선 팡리쥔. 어린 시절 연못에 빠져 익사할 뻔한 아픈 기억이 있는 그는 1990년대 들어 물속에 든 여러 형태의 자화상 연작을 그리며 생존과 실존의 고민을 표현했다.-중앙일보 제공

팡리쥔을 아시나요?
그는 2007년 ‘중국 당대 아트 파워’ 1위에 선정된 인물이다. 250×300㎝ 크기 작품 한 점이 평균 5억원에 팔리며, 베이징 등 전국에 걸쳐 레스토랑 6개를 동업하고, 따리 등 지역 몇 군데엔 별장 겸 작업실이 있다.
경기가 안 좋은 요즘 같은 때도 팡리쥔(方力鈞)은 1년에 미술관에 들어가는 그림값만 60~70억원을 받는다. 돈 잘 벌고 성공한 대표사례로 중국 청소년들의 우상이 된 화가다.
팡리쥔은 1963년 중국 허베이성 한단시에서 자산계급(대지주)의 손자로 태어나 5~15세에 겪은 문화대혁명을 겪었다. 팡리쥔의 아버지는 친구들의 모욕과 구타에서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집에 독선생을 모셔 그림공부를 시켰다. 베이징 중앙미술학원 판화과를 졸업하던 89년, 천안문 사태가 터지자 이에 분노해 비주류와 반항의 의미를 담은 대머리 건달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가 바로 2000년대 들어 세계 미술계가 주목하는 중국 현대미술의 대표 작가 팡리쥔이다.
15일자 중앙일보는 지난 11일 중국 광저우시 한복판의 섬 얼샤타오(醫붸島)에 있는 광둥미술관 1층 전시장. 11일 개막한 ‘팡리쥔 : 시간의 실마리’전에는 작가를 만나러 온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실었다. 그는 ‘꽃보다 남자’의 4명의 꽃미남 주인공에 빗대 부르는 중국 현대미술가 4명의 한사람이다. 그는 이날 자신을 만나러 온 청소년들에게 “남의 인생을 살아줄 수는 없다. 운도 따라야 한다. 열심히 살아라.”라고 대답했다고 전한다.
이 전시회는 2010년 1월 31일까지 계속된다. 팡리쥔의 오늘을 있게 한 바탕을 이 잡듯 뒤져 1958년부터 2009년까지 연도별로 전시장에 늘어놓았다. 신문·잡지·책·유인물 등 각종 인쇄물과 사진, 작가가 어린 시절부터 그린 스케치와 드로잉, 작가의 기사가 실린 다양한 매체 등 수 만 점에 달하는 자료가 모인 전시장은 ‘질린다’는 표현이 나올 만큼 방대하면서 촘촘하다. 팡리쥔의 오늘이 그냥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역사성을 보여주는 셈이다. 부모와 형님이 팡리쥔의 어린 시절부터 종이 한 장 버리지 않고 모았다는 그 정성이 징그러울 지경이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지난 12일에는 ‘전 지구적 맥락에서 중국 현대미술의 평가’라는 세미나가 열렸다. 왕황셩 광둥미술관장, 뤼펑 중앙미술학원 교수 등 미술평론가와 미술사가들은 지난 30년 중국 현대미술의 궤적을 서양 사상과 시각으로 해석해온 잘못을 반성하고 교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서구인의 개념과 언어를 도구로 중국 역사와 인간 속에서 숙성돼 태어난 미술을 풀이할 수는 없다’는 그들의 문제제기는 방청객의 큰 공감을 얻었다.
이 신문은 “‘시간의 실마리’란 제목은 이런 다각도의 연구 속에서 나왔다.” 면서 “팡리쥔 개인사에 초점을 맞춰 그들 손으로 실타래를 풀기 시작해 중국 당대 미술 전체로 해석을 넓혀가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보도했다.


편세라 기자 psr@mtong.kr        편세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