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드림 걸즈' 뉴욕서 대호평

한국자본과 기획 + 미국 창작력

2009. 11.27(금) 10:48

지난 22일 미국 할렘의 명소 아폴로 씨어터에서 열린 뮤지컬 ‘드림걸즈’ 공연에서 1500여의 관객들이 화려한 무대와 폭발적인 가창력에 뜨겁게 호응했다. [사진작가 조안 마커스 제공]

뮤지컬 ‘드림걸즈’가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할렘가 아폴로 씨어터에서 공연돼 뜨거운 갈채를 받았다. 작품의 실제 배경이기도 한 아폴로 씨어터는 75년 역사의 흑인 전용극장으로 흑인의 스토리를, 흑인의 애환이 묻어 있는 공간에서, 흑인 배우가 연기하자 객석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뮤지컬 관람이 아닌, 눈물과 웃음이 한데 어울러진 한바탕 축제였다.
‘드림걸즈’는 지난 2월부터 5개월간 한국에서 공연됐는데 이날 공연에서는 스토리·음악·무대·의상 등이 같았고 출연진만 한국 배우가 아닌 흑인 배우로 바뀌었을 뿐이었다.
작품의 스토리는 촌뜨기 3인조 여성 그룹이 무명에서 스타가 되는, 성공 스토리다. 쇼비즈니스계의 도전과 좌절, 배신과 음모가 생생하게 그려진다. 중심을 잡아준 건 커티스(차즈 라마르 쉐퍼드 분)였다. 처음엔 다소 순박한 매니저처럼 보이던 그는 자신이 키운 그룹이 조금씩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자 탐욕스런 냉혈한으로 변신했다.
한국 공연 때도 인기를 끌었던 지미(체스터 그레고리 분)는 무대 바닥을 휘젓고 다녔는데 백미는 에피(모야 안젤라 분)였다. 한계에 도달했을 것 같은 고음의 순간마다, 이보다 더 치고 올라가는 파워로 객석을 압도했다. 1막 마지막곡 ‘and I am Telling You I’m not Going’과 2막 후반부 ‘Listen’를 부를 땐 관객 모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드림걸즈’는 본래 1981년 미국에서 초연됐다. 이후 비욘세 놀즈·제니퍼 허드슨·에디 머피 등이 주연한 영화로 2006년 전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하자 뮤지컬 재공연의 가능성이 조금씩 점쳐졌다. 그러나 브로드웨이는 이미 포화상태였다. 인건비·무대비 등 제작비 전반의 가격이 너무 높아 차마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때 한국의 프로듀서 신춘수(오디뮤지컬컴퍼니 대표)씨가 “한국에서 재공연 스타트를 끊고 이후 미국 진출을 모색하자”고 제안했다. 한국의 자본·기획력, 미국의 창작력이 결합하는 새로운 제작 방식이었다.
뉴욕타임스는 “큰 자본이 들어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던 ‘드림걸즈’ 재공연이 테크놀로지의 향연 속에 시작됐다”라며 호평했다.




김연 기자 kyun@mtong.kr        김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