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인이 쓴 한국 역사 소설 ‘충신’

2009. 11.18(수) 16:38

벨기에인이 쓴 한국의 역사소설 『충신』(문이당·사진)이 출간됐다. 한국인이 한국어로 쓴 작품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 눈길을 끈다.
지은이 마르크 함싱크(36)는 영국계 보험회사에서 일하는 벨기에인으로 한국에서 태어나 7살 때 벨기에로 입양된 사람이다. 그러나 한국어를 읽고 쓸 줄은 모르기 때문에 원작은 네덜란드어 원문에 한문, 그리스어 등 온갖 나라 언어를 섞어 써내려 간 육필 원고다.
소설은 사도세자의 병증이 깊어진 걸 염려하던 영조대 삼정승(영의정 이천보, 좌의정 이후, 우의정 민백상)의 비밀 회동으로 시작한다. 이들의 대화를 엿들은 이천보의 양아들 문원이 친구들과 함께 병의 단서를 찾아 나서는 것이 이야기의 큰 줄기다.
세자의 병에 대한 유일한 단서를 갖고 있던 어의 장의삼이 누군가의 손에 살해돼 답을 찾을 길이 없는 가운데 이들은 음모의 한가운데로 점차 빠져들게 된다.
저자는 중국 하얼빈대학에서 중의학을 수학했다. 그는 『동의보감』 『한약집성방』까지 독파해 동양의학의 관점에서 사도세자의 광증을 해석했다. 사도세자는 피부병과 정신병을 동시에 앓았는데 저자는 나병과 매독 가운데 의사들에게 자문을 구해 둘 중 매독을 채택했다.
소설에선 화완옹주가 자신의 처소로 오라비 사도세자와 여승 가선, 기생 홍매를 끌어들여 고약한 병을 앓게 만들었다고 설정했다. 화완의 처소에서 벌어진 엽기적 섹스행각이 왕족의 근친상간이라는 추문을 낳을까 염려한 영조가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뒀다는 것이다.
저자가 사도세자의 죽음을 파고든 것은 고서적상이 보험 평가를 의뢰한 이천보의 문집 『진암집』 때문이다. 이천보의 삶을 조사하던 저자는 그가 67세에 병사했다고 나오지만, 그 외의 기록엔 모조리 자살했다고 되어있는 것에 의문을 가졌다. 그리고 중국 고전이나 시를 인용하며 같은 이야기를 반복한 『진암집』이 실은 왕실의 비밀을 기록한 것임을 알아냈단다.
이천보를 비롯한 영조대 삼정승은 그 비밀을 지키기 위해 잇달아 목숨을 끊었다는 것. 그래서 지은이는 “이 소설은 충성심과 명예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하고 있다.


김 연 기자 kimyun@mtong.kr        김 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