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지예 4년만의 소설집 ‘퍼즐’

맞출 수 없는 퍼즐처럼 채워지지 않는 욕망 그려

2009. 08.21(금) 17:10

이상 문학상 수상작 <뱀장어 스튜>, 장편소설 <붉은 비단보> 등을 통해서 여성의 삶과 사랑을 주로 다뤄온 권지예씨(49)가 4년 만에 소설집 <퍼즐>(민음사)을 내놓았다. 2007년부터 최근까지 써온 소설 7편을 묶었는데 소설 속 주인공들은 한결같이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주인공들은 한결 같이 어긋난 사랑에 빠지고, 절대로 충족될 수 없는 욕망과 그로 인한 결핍 때문에 자신을 죽음이나 실종이라는 극단적 선택으로 몰고 간다. 그는 “ 이번 소설집에서는 욕망의 끝을 한 번 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완벽하게 살고자 했던 사람들이 죽음을 택하거나 소멸을 꿈꾸기 시작했을 때 삶이 오히려 빛나는 첨예한 부분을 그려보고 싶었습니다.”고 말한다.
표제작 ‘퍼즐’의 주인공 여자는 행복하지 않다. 남편은 바람을 피우고, 남편이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은 여자에게 적대적이다. 그런 여자의 유일한 취미는 퍼즐이다. 복잡한 퍼즐을 맞추면서 그녀의 삶에서 결핍된 것들을 채워 넣기라도 하듯 대리만족을 느낀다.
여자는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다. 결혼 초 남편과 시어머니의 강요로 두 번 낙태를 한 뒤 다시 남자 아이를 임신하게 되지만, 후유증으로 유산하고 만다.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 되자 퍼즐에 집착하지만, 남편은 일부러 퍼즐 조각을 버리고, 결핍에 시달리던 그녀는 스스로 집 안의 우물 속으로 들어가 죽음을 택한다.


김 연기자 kimyun@mtong.kr        김 연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