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허정(涵虛亭: 곡성)

2009. 07.08(수) 17:02

전라남도 곡성군 입면 제월리에 있는 조선시대의 정자. 1968년 전남유형문화재 제 160호로 지정되었다.
이 정자는 조선시대인 1543년(중종 38)에 심광형이 후학을 육성하기 위하여 군지촌정사(중요민속자료 155)를 짓고 나서 지역 유림들과 풍류를 즐기기 위하여 지은 전형적인 누정 건축이다. 그 후 증손인 청안현감 심민각(沈民覺)이 옛터의 아래에 옮겨 새롭게 손질했고, 다시 5대손인 심세익(沈世益)이 한차례 중수했다.
함허정은 3면이 트인 마루 1칸, 방 2칸 반, 그리고 반 칸 크기의 쪽마루형 마루를 한단 높여 함실아궁이를 만들었다. 방 창호는 예전에는 빗살문이었는데 지금은 띠살문으로 고쳐졌다.
대들보는 평주 위에 얹었고 그 위에 동자주를 세워 우물천장을 만들었다. 좌측단부인 우물천장 부분은 도리에서 직접 대들보를 충량에 연결하여 공간을 만드는 기법을 사용하였다.
함허정은 ‘호연정’이란 별칭도 갖고 있다. 심세익이 세립, 세일 두 아우와 우애가 돈독해 사람들이 ‘호연’이라 불러진데서 비롯된 것이며 고종 때의 읍지에는 세연정이라고 되어 있다.
주변 경치가 좋아 옥과 현감 등이 이곳에서 향음례를 베풀었다. 정자 밑으로 섬진강이 흐르고 수목이 울창하여 지방 유림들이 시를 짓고 술을 마시기도 하였던 곳이다. 지금도 아름드리 상수리나무와 이끼 낀 하마석(下馬石), 그리고 ‘군지촌정사(君池村精舍)’가 이 마을의 유구한 역사를 소리없이 대변해 주고 있다.
정내(亭內)에는 판서 민경규가 읊은 시 한수가 걸려 있다.

-순자강 물소리에 온갖 시름 씻고서/ 둘이서 술마시며 부질없이 머물렀네/ 굽이친 강줄기 창룡(蒼龍)이 누운듯/ 아득한 큰 들판에 백조(白鳥)가 떠있구나/ 이내몸 광음(光陰)같은/ 과객(過客)이건만/ 그대는 정자아래 빈 배만 띄울손가/ 문장(文章)과 선이(仙吏)를 나먼저 얻어/ 흥겨운 풍유로 몇 해를 지냈는가.


교통편: 남해고속도로 곡성 인터체인지를 지나 입면 제월리로 향하는 섬진강변에 위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