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호: 「남향 집」

2009. 05.19(화) 17:37

「남향 집」80×65㎝ (1939)

아직 찬 기운이 가시지 않은 계절의 분위기가 듬뿍 묻어 나오는 화면은 양지바른 한옥의 담벼락과 길게 그림자를 드리운 나무가 돌 축대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집안에서 설핏 자태를 드러낸 소녀의 붉은 색 옷차림과 낮잠을 즐기는 듯한 흰 강아지의 모습이 정감스럽다. 듬성듬성 붓을 댄듯한 짧은 터치로 화면을 마무리 짓고 있는데 대비적인 보색효과를 십분 활용한 황금색 벽면과 푸른빛이 감도는 나무 그림자색의 콘트라스트가 절묘하다. 전체적으로 수평적인 안정감을 유지하는 가운데 수직적인 나무의 설정이 긴장감 있게 닿아온다.
작가가 1930년대 말 제작한 작품으로 역시 인상주의적 유형의 근대적 감각의 화면을 보여준다. 형태처리나 색채구사에 있어서도 인상주의가 개척한 화법을 쓰고 있다. 형태의 윤곽을 자유스럽게 풀어놓았고 색채 또한 사물의 물체색에 집착하지 않고 다채로운 순색을 펼쳐놓았다.
오지호는 전남 화순 출신의 서양화가로 한국 서양화 1세대로 한국 인상파 거목이란 평가를 받았다.
예술가였음은 분명하지만 민족의 미래를 생각했던 사상가였으며 어문교육자이기도 했다. 한국 서양화단의 개척자이자 인상파의 최고봉으로 평가 받았던 오지호는 평생 자연주의 미학신봉자로서 순수회화의 체계를 확립한 예술인이자 세속의 명리를 거부했던 ‘마지막 조선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