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동시> 조화련 '겨울이 봄에게'

2024. 06.03(월) 10:22

봄아~
부탁해!
시린 바람 눈보라에
아기 꽃잎 멍들게 해놓고
새순 돋는 마른 가지들도
마구잡이로 흔들어 겁주고
콜록콜록 아가들 고뿔 감기도
모두 내 탓이었잖니.

-떠나면서 쭈뼛~
양심이 고갤 드는 겨울의 말-

봄아~
부탁해!
향기로운 따순 가슴에
연지곤지 단장하고
온 세상을
그윽한 꽃향기로
넘실넘실 채워 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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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유몽인의 ‘어우야담’에 ‘어처구니’는 궁궐과 성문의 지붕 위 처마 끝 조형물로 서유기의 주인공들이다. 옥황상제가 이 어처구니들에게 ‘손’을 잡아 오라 했다. 이 손은 귀신인데 급성전염병 두창 바이러스를 옮기는 두신이다. 또 맷돌 손잡이도 어처구니다. 하지만 이 어처구니가 없어도 이미 세상을 떠난 귀신쯤이야 무섭지 않고, 믹서기가 있으니 두부 먹기도 어렵지 않다. 하지만 양심이 없으면 옥황상제가 나서도 세상은 구제 불능이다. 조화련 시인의 동시 ‘겨울이 봄에게’의 겨울은 함께 앎의 양심에다 염치까지 있으니 참 다행이구나 한다.

김 목/ 아동문학가

박원지 기자 mhtong@hanmail.net        박원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