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자현 제 5집 ‘그리움의 언덕에 핀 생명의 香’
"신앙에 뿌리를 둔 고백이자 찬송이며 기도"
| 2023. 01.19(목) 13:3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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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예술인복지재단 창작지원금을 받아 펴낸 이번 시집 역시 독실한 신앙에 근거한 고백이자 찬송이며, 기도이다.
권자현 시인은 아름다운 새를 쫒아다니는 탐조객이 아니라 영혼의 뜨락에 나무를 심어 새들이 날아오도록 하는 것 같다. 영혼의 푯대 없이 부초처럼 떠다니는 삶이 아니라 ‘영혼의 뜨락’‘ 또는 ’그리움의 언덕‘에 서서 새들이 이리로 오라고 손짓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시인을 잘 알지 못하다. 그러나 아마도 시인은 울타리 안에 한그루의 동백나무를 심고 봄에서 겨울까지 보살피며 날마다 붉은 동백꽃과 푸른 동백잎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사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의 시어들은 정교하다. 어찌 보면 신앙적 표현이 너무 강해 일반 독자에게는 다소 이질감을 안겨줄 수 있지만, 그러나 어쩌랴. 가슴 내면에 흐르는 강력한 신앙의 물결을 어찌 거스릴 수 있을 것인가. 다행스럽게도 시인은 ’할머니의 강‘ ’메주‘ 등의 작품을 통해 동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에게 그 시절의 이야기를 잔잔하게 귓속말로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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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기름 /
참빗으로 /
은비녀 단장한 휜허리/
눈물꽃 얼룩진/
옷고름 사이로/
하얀 그리움 일렁이는 / … <할머니의 강 > 첫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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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집/
시렁에 매달린/
아스라한 그리움/
주렁주렁 일렁이네/
자애로운 할머니.
골깊은 주름 사이사이/
질척이는 옹이진 세월/
눈물로 삼고/ … <메주> 부분
모든 이들의 그리움의 대상인 할머니와 고향집 메주를 통해 깊은 서정을 건져 올리는 시인의 감성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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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히 흐르는 세울
나부끼는 바람껼 따라
음영짙은 빛과 그림자
일렁이는 여울을 건너고 건너
기나긴 여정
삶의 소소한 이야기들
한 겨울나무에 미소 짓는
눈부신 雪花처럼
싱그러운 햇살에 영롱히 빛나네
숭고한 사랑
산 소망의 참빛 오셔서
따스한 위로의 말씀으로
감싸 안으시는 은총의 뜨락
고단한 삶의 어두움을 가르고
어디선가 날아온 겨울새
사랑스런 날개짓 사이로
영혼의 나래에 맴도는
詩語들의 향연
청아한 숨결 두르고
生의 주름진 행간
겸허히 옷섶 여미어
후일에 만날 환희의 그날을 고대하며
그리운 임 향하는
사모곡(思慕曲)창조의 화폭에
믿음, 소망, 사랑의 詩
한 땀 한 땀 빼곡이 써내려가네
표제작 <그리움의 언덕에 핀 생명의 향> 전문이다.
이 시에는 ’다시 오실 주님을 묵상하며‘란 부제가 붙어 있다. 권시인에게 이승은 은총의 뜨락이다. 눈에 보이는 모든 사물들이 절대자가 보낸 하나의 표적으로 인식하며 겸허하게 살며, 겸허하게 시를 쓰고 시적인 삶을 살고 있다. 모든 시편들이 고백이며 기도이며 찬송인 것이다.
권자현 시인은 2008년 문학공간 시부문 신인문학상으로 문단에 나와 대한민국 우수작가상, 광주시인협회 올해의 작품상, 예술교육문화상 등을 수상했으며 해돋이 문학회, 영호남문학회 회원 ,광주시인협회 부회장 광주문인협회 이사 등 활발한 활동을 펴고 있다. 시집 ‘사색의 강물따라’ ‘영혼의 뜨락에 핀 무지개’ ‘작은 빛의 노래’ ‘빛의 뜨락’ ‘그리움의 언덕에 핀 생명의 향’ 등을 펴냈다.
한편 이번 시집은 1부 ‘새해를 맞이하며’ 27편, 2부 ‘어머니’ 27편, 3부 ‘8월의 기도’ 25편 4부 ‘가을의 기도’ 45편, 5부 ‘12월의 기도’ 17편, 6부 ‘영혼의 묵상’ 등 150여 편이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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