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동시> 권희표 '바람결'

2022. 06.27(월) 09:04

가풀막을 올라와
바윗돌에 앉았는데

바람결에 실려 온
초록 잎 시원함이

이마에
송알송알 맺은 땀방울
닦아내며 앉는다.

.................................................................................................................<해설>
갑작스레 비가 내리자 모두 황급히 우산을 펴든다. 우산이 없는 사람은 비 피할 곳을 찾아 걸음이 바쁘다. 하지만 그냥 멍하니 앉아 비를 맞는 사람이 있다. 두 손이 불편하다. 그런데 또 누가 그냥 비를 맞고 있다. 평생을 남이 씌워주는 우산을 썼던 사람이다. 순리로 세상이 움직인다지만, 우산 속 사연도 갖가지이다. 그렇게 답답한 일들이 바위처럼 짓누르기도 하는 게 세상사이다. 하지만 권희표 시인의 바람결은 세상사의 순리이다. 힘들고 고된 세상에서 잠시 앉아 쉬는데 초록 잎이 이마의 땀방울을 닦아주니 그게 곧 희망이다.

김 목/ 아동문학가

박원지 기자 mhtong@hanmail.net        박원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