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동시> 권영세 '행복한 바위'

2022. 03.07(월) 10:44

줄지어 가던 작은 개미 떼가
잠깐 소낙비를 피했다 가고

집으로 돌아가던 새들이
날개 접고 앉아 재잘거리다 간다.

오늘 밤에도 아기별들이 내려와
펑퍼짐한 등에 올라타고
새벽녘까지 뛰고 뒹굴다 가겠지.

들판에 덩그러니 혼자 있어
쓸쓸할 것 같지만,

매일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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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왼손이 하는 일 오른손이 모르게 하여라, 무소유의 소유라는 가르침이 있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일까? 세상인심은 그러더라도 높은 첨탑의 교회와 궁궐 같은 절집이 하룻밤 잠자리를 걱정하는 사람들의 것일까? 정의나 공정보다는 자본과 풍요의 경제를 앞세우는 세상 풍토도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들판에 덩그러니 혼자 있는 바위가 쓸쓸하지 않은 것은 개미가 비를 피하고 새와 아기별이 놀기 때문이니, 시인의 눈과 마음이 아니면 이를 어찌 알 수 있을까? 잘 사는 것이 잘 죽는 것이라니, 누군가를 기다리며 사는 것이야말로 참삶 아닐까?

김 목/ 아동문학가

박원지 기자 mhtong@hanmail.net        박원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