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동시> 박형숙 '나도! 나도!'

2021. 09.07(화) 09:13

엄마가 주방에 들어서면
조미료 병들이
까치발을 해요

—나도! 나도!
오늘 요리에는
자기가 꼭 들어가야 한다고
시끌벅적

—조용! 조용!
무얼 만들까
아직 결정도 안 했거든요

간장, 소금, 설탕, 식초, 참기름, 깨….

모두가 까치발을 내리고
엄마 손끝만 따라 다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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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숭어가 뛰니 망둥어도 뛰면 낚시꾼이 좋고, 조미료 병들이 까치발로 나서면 밥상식구가 좋다. 절로 구수하고 달콤새큼한 향과 맛이 느껴진다. 그뿐인가? 슬그머니 웃음이 나오며, 손이 젓가락을 쥐고 덩달아 올라간다. 까짓거 오케스트라가 별건가? 아무리 훌륭한 악기 연주자도 지휘자가 없으면 어찌 화음을 이루겠나? 그러고 보니 어머니는 조미료 병들을 능숙하게 다루는 지휘자이다. 어쩌면 오늘 어머니의 요리에선 오케스트라 음악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나도! 나도! 나서는 낱말들로 만든 박형숙 시인의 동시 요리에 상상이 나래를 펴며 흥겹다.

김 목/ 아동문학가

박원지 기자 mhtong@hanmail.net        박원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