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숙현 '봄 달팽이는 '

2021. 05.10(월) 09:14

꽃그늘로 오라는
나비의 날갯짓에도

꽃무더기에 앉았다 가라는
제비꽃의 눈짓에도

한눈팔지 않고
이사 가는
달팽이

집은 어디일까?
얼마나 멀까?

뒤따라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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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봄바람에 연분홍 치마가 휘날리나 싶더니, 이팝꽃이 푸짐한 고봉 솥밥 짓고 아카시는 눈부신 웨딩드레스 입었다. 나비의 날갯짓, 제비꽃의 눈짓에도 한눈팔지 않으니, 누군들 봄을 붙잡을까. 그렇구나. 파아란 하늘에 서있던 흰구름이 눈 깜빡할 새 사라지듯, 가는 듯 마는 듯 느림보로 알았는데 봄을 싣고 후딱 간 녀석이 달팽이였구나. 네 발로 기던 아기, 지팡이에 의지해 세발로 걷는다. 그게 세월이지만 두 발로 성큼성큼 걷고, 짐까지 짊어지고 달릴 때도 있었다. 모두 축복이고 행복이다. 오숙현 시인과 함께 달팽이를 뒤따라 갈 수 있음도 그렇다.

김 목/ 아동문학가



박원지 기자 mhtong@hanmail.net        박원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