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동시> 윤창혁 '꽃배'

2021. 03.24(수) 09:36

개울물 하도 맑아
구르는 모래
환히 보이는데.

어디선가
빨간 낙엽 한 잎
떠내려온다.

앉고 싶어
앉고 싶어
낙엽 따라가던
고추잠자리.

꽃배 위에
사뿐 앉아
한들한들
소풍을 간다.

....................................
<해설>
깊은 산골 스님이 산문을 나서면 반갑게 맞이하는 산새가 있었다. 스님이니까 그러겠지 했다. 그런 산골에 사는 어떤 시인은 시냇물 속 피라미며 갈겨니들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불러주었다. 시인이니까 그러겠지 했다. 윤창혁 시인의 동시 꽃배는 동시화집 ‘푸른하늘 짱아야’에 있다. 맑은 개울물과 나뭇잎 꽃배는 청정자연의 상징이다. 일상의 어려움, 인간관계의 시름 모두 잊고 오늘은 시인의 꽃배를 타고 한들한들 소풍을 가보자. 문득 복개 되어 사라진 도랑과 시내, 시멘트 건물 밑이 되어버린 도심의 못이 생각난다. 그들에게 참 미안해진다.

김 목/ 아동문학가


박원지 기자 mhtong@hanmail.net        박원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