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영화> ‘로마’ 상반기 최고 화제작 부상

멕시코 출신 거장 알폰소 쿠아론, 아카데미 2연패 노려

2019. 02.22(금) 22:00

<로마>가 2019년 상반기 최고 화제작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로마>는 우주 재난 영화 <그래비티>로 2014년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여 받은 멕시코 출신 알폰소 쿠아론의 신작. <칠드런 오브 맨> <이 투 마마>에 이어 감독의 어린 시절 체험담을 묘사한 자전적 작품으로 인정 받고 있다.

극은 멕시코시티 내 로마 지역이 배경이다. 중산층 가족의 젊은 가정부 클레오(얄리차 아파리시오)의 시선으로 멕시코 가정의 내밀한 갈등과 현지 사회의 여러 부조리와 여성에게 가해지는 부당한 현실을 묘사해 공감을 얻어내고 있다. <로마>는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기업 넷플릭스(Netflix)의 적극적인 후원을 받고 제작된 작품이다.


이번 신작은 오는 2월 말 치러질 제91회 아카데미 어워드에서 작품, 감독, 촬영, 각본 등 4개 부분 후보에 지명 받았다. 뜨거운 호응을 얻어내면서 <로마> 제작에 얽힌 여러 일화가 공개되고 있다. 그중 영화 감상의 흥미감을 높여줄 수 있는 감상 포인트 3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감상 포인트 1: 알폰소 쿠아론이 촬영한 우아하고 아름다운 화면

영화계에서 알폰소 쿠아론은 ‘한 장면의 움직임을 오래도록 보여주는’ 롱테이크의 대가로 유명세를 얻고 있다. <칠드런 오브 맨>의 시가지 전투는 무려 12분에 달하는 이동 장면으로 담아주어 명장면으로 회자되고 있다.

<로마>는 1970년대 초반 혼란의 시대를 지나며 여러 일을 겪어야 했던 멕시코시티 로마 지역에 사는 ‘클레오’의 삶을 따라가는 영화로 여러 작품을 함께했던 촬영 감독 에마누엘 루베스키와의 스케줄이 맞지 않자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직접 카메라를 들었다고.

<로마>의 롱테이크는 집안일을 하는 클레오의 모습이나 로마의 거리를 친구와 함께 뛰어가는 장면(트래킹 촬영), 후반부 파도를 헤치며 나아가는 바닷가 장면 등 여러 부분에서 발견할 수 있다. 하나의 장면을 긴 호흡으로 담아내는 롱테이크를 통해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당시의 시간을 재현하고 과거를 기억하는 자신의 시선을 담아냈다는 후문이다.

감상 포인트 2: 감정을 밀고 당기는 또 하나의 주역, 음향!

<로마>의 특이점 중 하나는 BGM, 즉 백그라운드 뮤직이 없다는 점. 하지만 <로마>는 음악의 부재를 거의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밀도감 넘치는 소리로 가득 차 있다. 라디오에서 들리는 당시의 유행가요, 개 짖는 소리, 자동차 정적, 거리의 소음 등 일상의 소리를 그대로 재현해 화면에 촘촘히 덧입혔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비주얼로 우리는 전경, 중경, 후경을 보게 된다. <로마>에서는 사운드에서도 이런 층위를 만들고 싶었다”며 소리에 엄청난 심혈을 기울였음을 밝혔다. 극중 후반 바닷가 장면의 파도 소리는 말 그대로 압도적이다.

사운드의 크기와 방향을 조절하고 여러 파도 소리와 생활 소음을 겹겹이 쌓아 올린 사운드는 아픔을 헤쳐 온 가족이 진정한 하나가 되는 클라이맥스로 관객을 이끄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감상 포인트 3: 실제 사용했던 소품으로 매 장면 추억을 쌓아 올린 프러덕션 디자인

흑백 영화하면 흔히 옛날 영화를 떠올리기 쉽다. 반면 <로마>에서 보여준 흑백은 현대적이고 세련되며 섬세하다. 알폰소 쿠아론은 “촬영을 하며 중점을 뒀던 부분이 있다면 매우 현대적인 흑백을 연출하고 싶었다는 점이다. 현대적인 시각에서의 과거를 촬영하는 연출을 하고 싶었다”고 제작 후일담을 밝힌 바 있다.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한 집 장면에서 대부분의 소품은 쿠아론 감독의 가족이 실제로 사용했던 것들로 채워졌고, 쿠아론 감독은 어린 시절의 추억과 자신을 길러줬던 여인에 대한 추억과 애정을 담아 그 시절을 촘촘히 재현해냈다고 한다. 멕시코 거리도 철저한 고증을 통해 수개월을 거쳐 셋트 작업을 통해 부활 시켰다고 전해진다.


이경기<데일리오예스닷컴 발행인>

이경기 위원 mhton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