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문화수수께끼> 호남가의 첫머리가 함평으로 시작한 까닭은?
“두루 화평하고 부족함 없는 천지”라는 뜻으로 태평성대 꿈꿔
| 2018. 10.30(화) 14:1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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濟州어선 빌려타고 海南으로 건너갈 제
興陽에 돋은 해는 寶城에 비춰있고
高山의 아침안개 靈岩에 둘러있다
泰仁하신 우리 성군 禮樂을 長興하니
三台六卿은 順天心이요 方伯守令은 鎭安이라
高敞城에 높이 앉아 羅州풍경 바라보니
萬丈雲峯은 높이 솟아 層層한 益山이요
百里潭陽 흐르는 물은 굽이굽이 萬頃인데
龍潭의 맑은 물은 이 아니 龍安處며
綾州의 붉은 꽃은 곳곳마다 錦山인가
南原에 봄이 들어 각색 화초 茂長하니
나무나무 任實이요 가지가지 玉果로다
풍속은 和順이요 인심은 咸悅인데
異草는 茂朱하고 瑞氣는 靈光이라
昌平한 좋은 시절 務安을 일삼으니
사농공상은 樂安이요 부자형제는 同福이라
康津의 商賈船은 珍島로 건너갈 제
金溝의 金을 일어 쌓인 게 金堤로다
농사하는 沃溝百姓 臨陂蓑衣 둘러 입고
井邑의 井田法은 납세인심 淳昌이라
古阜靑靑 陽柳色은 光陽 춘색이 팔도에 왔네
谷城에 묻힌 선비 求禮도 하려니와
興德을 일삼으니 扶安齊家 이 아닌가
湖南의 곧은 法聖 全州 백성거느리고
長城을 널리 쌓고 長水를 돌고 돌아
礪山石에 칼을 갈아 南平樓에 꽂았으니
삼천리 좋은 景은 湖南이 으뜸이라
거드렁거리고 살아보세
단가인 호남가(湖南歌)의 전문이다. 함평에서 시작해 광주·해남·제주를 거쳐 전라북도 삼례까지 호남지방 50여 곳의 지명을 들어가며 지명의 뜻과 그 지방의 특색, 그리고 풍경 등을 노래하고 있다. 이 노래가 널리 알려진 것은 국창 임방울(林芳蔚)이 부르면서부터다. 임방울이외에도 안숙선, 박계향 등 많은 국악인들이 즐겨 불렀다. 장단은 중머리이며 조(調)는 평우조(平羽調)인데 평조에 계면을 섞어 부르기도 하는 지극히 서정적인 노래다.
이 노래는 이서구(李書九, 1754~1825)가 지었다는 설과 구전되어오던 것을 19세 중엽의 인물인 신재효(申在孝)가 고쳐지었다는 설이 있다. 그 밖에도 몇 종류의 이본도 있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지은이를 특정하지 않고 이들 이서구 신재효가 기초한 것을 민중들이 시간과 장소에 따라 고쳐 불러오면서 구전되어온 노래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서구가 지었다는 설은 국악보(國樂譜)에 근거한다. 그가 전라도 관찰사로 있을 때 다른 고을처럼 고장에 대한 노래가 없음이 아쉬워 지었다고 되어 있기 때문이다. 실재로 이서구는 학문이 깊었던 사가시인(四家詩人, 이서구 이덕무 박제가 유득공)의 한 사람으로 서예에도 뛰어났다. 그는 온화하고 부드러운 사람으로 사색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사물을 관조하는 자세로 담백하게 높은 정신세계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 많다.
그러나 신재효(申在孝, 1812~1884) 계통에서는 신(申)의 작품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신재효의 호남가에는 전라도 주군현(州郡縣, 조선조 때) 57고을 중 40개 고을의 이름과 산수, 순후한 풍속 등이 들어 있다. 또 1821~1823년까지 함평현감을 지낸 권복(權馥, 1769~?)이 함평을 노래한 함산가(咸産歌)의 첫 구절도 함평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 신재효가 태어나기 전부터 호남가가 불리어지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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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가 누구이던 간에 호남가가 함평에서 머리를 잡은 것은 무슨 까닭일까? 정답은 알 수 없다. 다만 오랫동안 호남가를 연구해온 사람들이 내린 결론은 함평이라는 지명이 “두루 화평하고 부족함이 없는 천지”를 뜻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함평문화원 김창훈 원장은 “‘함(咸)’은 가득차고 원숙함을 뜻하며 ‘평(平)’은 평탄할 평, 바를 평, 다스릴 평, 화할 평, 고를 평, 쉬울 평, 거듭 풍년들 평 등의 뜻을 가지고 있는 태평성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고 말한다. 한마디로 함평이라는 이름이 호남에서 제일 좋기 때문에 맨 처음 노래되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편, 신재효 본으로 전해지는 작품은 다음과 같다.
“함평(咸平) 천지 늙은 몸이 광주(光州) 고향 바라보니 제주(濟州) 어선 비러타고 해남(海南)으로 건너올 제 흥양(興陽)의 돋은 해는 보성(寶城)에 비쳐 있고 고산(高山)에 아침 안개 영광(靈光)에 둘러 있고 태인(泰仁)하신 우리 성군 영학을 장흥(長興)하니 삼태육경은 순천심(順天心)이요 방백 수령은 진안민(鎭安民)이라 인심은 함열(咸悅)이요, 풍속은 화순(和順)이고 고창(高敞) 성에 홀로 앉아 나주(羅州) 풍경 바라보니 만장 운봉(雲峯) 높이 솟아 층층이 익산(益山)이요, 백리 담양(潭陽)에 나리는 물은 구비구비 만경(萬頃)이요 …… 여산(礪山)에 칼을 갈아 남평루(南平樓)에 꽂았으니 어떠한 방역객이 놀고 가기를 즐겨하랴.”
신재효의 「호남가」 외에도 작자 미상의 노래가 필사본인 『악부(樂府)』에 전하는데 그 내용은 이렇다.
“성군이 흥덕(興德)하사 순천명(順天命)을 호시도다. 만민이 함열(咸悅)하니 격양가성이로다. 수령이 임실(任實)하니 무안민(務安民)하난도다. 우순풍조하니 민속이 순창(淳昌)이로다.
광산(光山)이 화개하니 화색이 무주(茂朱)로다. 고산에 일성(日盛)하니 수색이 김제(金堤)로다. 정읍(井邑)에 장수(長水)하니 곡성(谷城)에 창일(漲溢)한다. …… 한양 삼백년을 인의(仁義)로 치국하니 황하수 청결하니 성인도 남도날사 우리도 성왕을 뫼시옵고 동복(同福) 낙안(樂安)하러다.”
<문화通 취재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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