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칼럼> 光州의 경양방죽

2018. 04.14(토) 09:58

비보풍수(裨補風水)가 있다. 약점을 보강해 주는 풍수이다. 약점도 각기 상황에 따라 다르다. 그 터에 불기운이 너무 강할 때는 물기운을 보강하기 위하여 인공으로 연못이나 저수지를 만드는 것이 대표적인 비보풍수에 해당한다.

우리나라 대도시 가운데 대구와 광주는 화기(火氣)가 강한 도시이다. 왜 강한가? 1000m가 넘는 높은 산이 도시와 접해 있기 때문이다. 높은 산은 화기로 본다. 대구는 팔공산과 비슬산이 남북으로 둘러싼 형국이고, 광주는 무등산이 솟아 있다. 대구는 화기를 조절하기 위해 신천(新川)의 수량을 보강해 왔다. 광주는 세종 때 김방이라는 인물이 3년간 주도하여 경양(景陽)방죽을 만들었다.

부채꼴 모양으로 5만평의 크기에다가 수심은 10m였다. 배를 띄울 수 있는 상당히 큰 호수였다. 이 물로 주변의 1150두락의 논에 농업용수를 댈 수 있었다고 한다. 경양방죽은 풍수적인 비보이자, 농업용수 제공이라는 이중적인 목적이 있었던 것이다. 무등산이 내뿜는 화기를 이 경양방죽이 내려주는 역할이 컸다고 본다.

무등산 정상에 수정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는 바위 절벽이 무등산의 명물 서석대(瑞石臺)다. 서석대는 6각형의 주상절리로 고대 화산 활동의 결과물이다. 지하에 마그마가 있다고 봐야 한다. 경양방죽은 1930년대에 매립되어 3분의 1 크기로 축소되었고, 1967년에 태봉산을 깎아 그 흙으로 나머지를 메워 버렸다. 풍수적 관점에서 볼 때 무등산의 화기를 식혀줄 냉각 장치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광주의 원로들은 이 경양방죽 매립을 아쉬워하고 있다. 수백 년 동안 달을 보며 뱃놀이를 할 수 있었던 그 풍류가 사라진 공백이 크다. 물은 긴장을 이완시키는 효과가 있다. 도심에 호수가 하나 있으면 분위기가 바뀐다. KTX 광주송정역이 확장되면서 옛날 광주역이 있던 자리가 철거된다고 한다. 철거되면 새로운 공간이 생긴다. 이 공간에다 매립되었던 경양방죽을 새로 복원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만하다. 광주 사람들은 경양방죽에 대한 향수가 크다.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콘텐츠학

조용헌 mhton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