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가와 여행 /모차르트는 6세 때부터 연주 여행
| 2017. 04.13(목) 16:43 |   |
멘델스존은 여행의 감흥을 ‘스코틀랜드 교향곡’과 ‘핑갈의 동굴 서곡’
나그네의 신분으로 객지로 향하는 것. 여행은 그것의 주체가 되는 나그네에게 안식과 영감을 주기도 새로운 창작 욕구를 자극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수많은 작곡가들은 악상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하기도 했고 직업상 연주여행을 다닐 일도 많았다.
모차르트는 작곡가들 중 가장 길 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음악가 일 것이다. 신동이었던 그는 6세부터 아버지를 따라 연주여행으로 10여 년 동안 빈, 뮌헨, 만하임, 파리, 런던, 헤이그, 취리히, 로마, 밀라노 등 유럽각지를 돌아다녔고 이후 작곡가로서 성공하면서 여러 도시에 머물렀다.
34세 젊은 나이에 요절했음에도 600곡 이상이나 되는 많은 작품을 남길 수 있었던 이유를 두 가지로 꼽는데 하나는 처음부터 고쳐 쓸 부분이 없이 작곡을 하는 그의 천재성이고 다른 하나는 달리는 마차 위에서도 작곡을 멈추지 않아서다.
브람스는 여행 다니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 연주여행도 자주 다녔지만 그냥 즐기기 위한 여행을 자주 다녔다. 주로 자연을 느끼며 영감을 많이 받았다. 종종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났는데 그는 아름다움 속에서 목욕하기 위해 떠난다는 얘기를 했을 정도로 여행의 참 맛을 아는 사람이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이탈리아에서 감동에 젖어 돌아온 브람스는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썼고 그 이후 8번이나 다시 이탈리아를 찾았다.
청년 브람스는 함부르크 여행 중에 그의 최고의 친구가 되어준 바이올리니스트 요아힘을 만나게 됐다. 요아힘과 떠난 연주여행에서 요아힘이 당대에 영향력이 있었던 슈만에게 브람스를 소개시켰다. 함부르크 여행이 아니었다면, 요아힘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브람스가 그 시대에 세상에 알려지지 못했을 수도 있다. 역시 여행의 묘미는 새로운 인연을 만나고 그로 인해 새로운 삶의 길이 열리는 순간이 아닌가.
멘델스 존은 유복한 집에서 경제적인 어려움 없이 자란 귀공자로 스무 살 때 처음으로 여행길에 나섰다. 로마, 피렌체, 베네치아 등에서 본 이탈리아 문화는 그에게 많은 예술적 영감을 불어넣었으며 천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다른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는 창조물을 생산할 수 있다는 환희에 사로잡혔다고 얘기했다.
자기가 자란 환경에선 볼 수 없었던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을 보며 적잖은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짐작되며 이탈리아에서 경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이탈리아 교향곡’을 작곡했다. 또 스코틀랜드 자연에서 멘델스존이 받은 강렬한 인상은 ‘스코틀랜드 교향곡’과 ‘핑갈의 동굴 서곡’에 매우 잘 녹아있다. 파도가 일렁거리고 바위를 강타하는 바람이 부는 헤브리디스 제도(스코틀랜드 서쪽 대서양에 위치하며 500여개의 섬이 있다.)의 섬이 바로 눈앞에 펼쳐지는 것만 같다.
차이코프스키는 여동생이 죽고 극심한 우울증에 빠져 있다가 발레 ‘호두까기 인형’ 작업에 착수하게 되는데 극 중 사탕요정을 여동생에 대입해 특별한 소리로 표현하고 싶어 고심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파리 여행을 갔다가 우연히 악기점에서 ‘첼레스타’라는 악기를 발견하게 되었고 신비롭고 영롱한 소리가 마음에 들었던 차이코프스키는 첼레스타를 사용하여 사탕요정의 춤을 썼다. 그 후 사탕요정의 춤은 첼레스타 하면 무조건 떠오르는 음악이 되었다.
코다이와 바르톡은 유럽 음악의 비주류였던 헝가리 음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린 사람이다. 그들은 헝가리 전역으로 민요채집 여행을 다니며 민요를 채보했다. 구전으로 전해지는 민요를 초기에는 받아 적으면서 수집했고 나중에 녹음기가 발명되자 큰 장비를 가지고 다니며 여정에서 진정한 헝가리를 찾았다. 6000곡이 넘는 헝가리 민요를 정리했으며 헝가리 민족의 혼이 담긴 주옥같은 곡들을 발표했다.
요즘 여행하는 사람들을 보면 예쁜 사진을 남겨야한다는 압박을 넘어서 강박증에 시달리는 것 같다. 아마 SNS 영향이 클지도 모른다. 사진을 찍다가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지는 않는지. 프레임 안에 추억과 생각과 시간 모두를 가둬버리는 작업을 하지 말고 몇 백 년이 지날 동안 없어지지 않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남기는 창조물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자신에게 보물이 되는 것들을 남기는 작업은 어떨는지. 객지로 떠나는 모든 나그네들에게 여행의 여운이 오선지에 옮겨짐으로서 자유롭게 되는 작곡가들의 숨결과 행운이 가득하기를.
오스트리아 박승유 통신원 mht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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