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춘 디카시집 ‘줄탁동詩’ 발간

2017. 01.23(월) 14:55

조선대 미대 교수이자 가구디자이너인 조규춘 교수가 지난해 첫 시집 ‘공수래 병수거’를 발간한데 이어 두 번째 시집 ‘ 줄탁동詩’를 펴냈다. 시와 사람 간.

조교수는 조선대학교 응용미술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오랫동안 조선대 디자인학부 교수로 재직하면서 대한민국산업디자인전 초대작가, 전승공예대전 심사위원, 한국디자이너협의회 부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시를 쓴다는 것과 직업은 무관하다. 그러나 조교수의 시들은 형식을 파괴하고 거기에 한자어와 디카사진을 곁들여 새로운 시의 형태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한자어도 어법에 맞는 것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상상력으로 조합함으로써 깊이 있게 바라보지 않으면 혼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한자어에서 깊은 철학적 성찰과 내공이 읽혀지기도 한다.
그는 스스로 ‘조파람’이라고 일컫는다. 따로 설명을 들은 적은 없지만 강한 바람을 일으키고자 하는 강렬함이 묻어 난다

이번 시집은 1부 ‘독도 지키美’ 2부 ‘오늘밤 알밤’ 3부 ‘자연 빵’ 4부 ‘누드러난 걸’ 등 4부로 나눠 모두 90여 편을 수록했다. 1부 충(忠)에서는 독도, 위안부, 5.18 등 현실 문제를 비판하고 있으며 2부 애(愛)에서는 가족 , 아내, 이산 등 가족애와 에로티시즘을 드러낸다. 3부 연(然)에서는 매화, 꽃 등 자연의 모습을, 4부 융(融)에서는 줄탁동시, 화개장터 등 구체시의 일면을 보여주려고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조규춘 디카시집 ‘줄탁동詩’

한마디로 정의하면 서정시, 서사시, 행시, 형태시, 구체시 등을 아우르는 융복합의 멀티시다. 더러는 입체시이기도 하다.

청학동 삼성궁 오르막 계단의 ‘조선 소나무’를 보고 바위에 뿌리내린 청빈/ 칼 神의 그림자 들이대지만/ 쇠말뚝 뽑아낸 자리에/ 푸른 기상으로 기지개 편 청렴/ 이렇게 썼다.

시집의 표제작 ‘줄탁동詩’는

줄넘기에서
탁구치던 시절
동무가 짝짝
시 노래가 춤 되면 짝짜궁 짝

時同啄啐

시건방진
동문서답
탁 한 대 치면
줄 행랑 치거나 줄 행간 잘 고친다.

조규춘 교수의 이번 시집에 대해 문학평론가 강경호씨는 “낯선 형식과 낯선 문법의 조화”라고 정의했다.
“ 기존의 디카시는 시에 무게를 두고 사진을 보조역할로 간주했으나 조규춘의 디카시는 사진이미지가 보여주는 상징적 의미를 시작품과 잘 어울리도록 하면서, 낯익은 느낌이 아닌 낯선 느낌 즉 기존의 관념을 부수고 미적 형식을 흐트러 놓고자 했다” 고 말했다.

그러나 ‘붕대 감은 꽃’ 등은 서정성이 넘쳐난다.

시들지 않고 떨어지는 꽃
멍울 없이 졌단 말인가

진도 멍멍 진동 칠 때
별빛 소스라치고 칠흑이 엄습할 때
아무도 돌봐주는 이 없었으니

조류타고 멀리 유영할지라도
멍울지지 않으려고 붕대 둘둘
바다에 핀 하얀 춘백꽃

이 작품의 사진에는 “ ‘4월 춘백’ ‘흰동백 2000’”이라고 씌어있다. 작가는 2000년에 촬영한 하얀 춘백을 보고 2014년 4월에 침몰한 세월호의 참사를 떠올리며 붕대를 둘둘 감아 상처를 치유하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목공예가로서 길상문자 조형가구 100여종 100작품을 제작했던 조교수는 “ 먼 훗날 꽃 창살문으로 천 년 사찰을 지키다가 박물관에 천 년 수장되는 문자디자인을 갈망한다.”고 술회하고 있다.


지형원 발행인 mhton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