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기원/ ‘Classic’의 어원은 ‘classicus’에서 유래

2016. 12.27(화) 16:38

어떤 것의 기원을 알아본다는 것은 참 흥미로운 일이다. 뿌리를 찾는 여행을 하다보면 해당되는 것의 범주를 넘어서 그 시대의 가치와 그 시대의 사람들과 마주하게 되고, 현대사회에서 놓치고 있는 많은 것들의 해답을 그들에게 얻기도 한다. 이번 겨울호 지면을 통해서 역사, 철학, 정치, 과학, 예술, 수학, 농업, 상공업, 군사 등 모든 학문이 시작 된 곳이자 유럽 최초의 문명이 꽃 핀 고대 그리스 시대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영국의 시인 바이런은 그리스 독립전쟁에 참여를 부탁하는 호소문에서 ‘전 유럽인은 그리스인이다’라는 말을 했다. 기원전에 피운 그리스의 찬란한 문명은 수 세기가 지나 한 시대의 예술 풍토가 되었고 나아가 예술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클래식’이란 용어까지도 지배하고 있으니 그 파급력은 바이런의 말처럼 그리스인이 아닌 유럽인, 즉 그리스에게 영향 받지 않은 유럽 문화란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우리가 현대에서 사용하고 있는 ‘클래식(Classic)’의 어원은 로마사회에서 군에 함대를 댈 수 있을 만한 재력을 가진 첫 번째 계급을 뜻하는 라틴어 단어인 ‘클라시쿠스(classicus)’에서 유래했다. 강력한 군사력을 기반으로 나라를 넓힐 수 있었던 로마 사회에서는 출신 성분과 재력에 따라 군에서 높은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고 그 당시 그들을 부르던 클래식이란 단어는 음악과 관련이 있는 단어가 아니었다.

상류계급을 지칭하던 단어에서 점차 수준이 있는 것을 뜻하는 단어로, 비슷한 대우를 받는 무리를 지칭하는 단어로, 모범적인, 학급, 수준 등을 뜻하는 단어로 변했고, 그리스 문명과 그리스 문명을 받아들인 로마 문화를 동경하고 모방하는 것을 즐겼으며 그 중에서도 건축적인 조화에서 오는 균형미, 절제미 등을 예술에 녹여낸 18~19세기의 예술사조를 ‘고전(고전주의)’, ‘Classic (Classism)’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고전을 일컫는 단어에서 시대와 상관없이 유럽을 중심으로 하는 서양음악 전체를 아우르는 뜻으로 클래식의 의미가 확장된 데는 이 18~19세기의 음악이 그 이후 음악의 기반이자 중심축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클래식의 어원보다도 훨씬 이전에 그리스 문명에서 만들어진 음악은 특정 계급의 전유물이 아닌 모든 인간 개인의 삶과 넓게는 국가를 윤택하게 하는 요소였다. 예술과 음악이 특정시대에 특정계급에 의해 좌지우지 되면서 오히려 의미가 좁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의 연장선상으로 예술은 일반인들과 멀다는 편견이나, 예체능 전공자 외의 학생들에게 예체능을 등한시하게 하는, 반대로 예체능 전공자들에게 전공분야만 공부하게 하는 우리나라의 교육방법이 좀 더 성숙하고 풍요로운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을 막고 있지는 않는가에 대한 생각이 들게 한다. 우리 현대인들은 그리스인들이 이해한 음악과 그 역할에 대해서 탐구하고 지향해봄직 하다.

고대 그리스의 음악관을 엿보면 얼마나 그들이 깊은 통찰력을 가지고 살았는지 감탄하게 된다. 피타고라스는 음악이 세상의 조화로움을 보여준다고 믿었고, 기원전 6세기 철학자 라소스는 음악을 통한 수의 질서를, 소크라테스와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영향을 끼친 철학자 다몬은 음악이 우주를 모방할 수 있는 것이므로 선과 악 또한 모방이 가능하기 때문에 국가에서 바른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플라톤도 음악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음악이 인간을 본성을 담아낼 수 있으며 영혼을 정화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

사색과 토론을 즐겼던 그리스인들은 음악을 접하면서 느낀 점들에 윤리관을 더해 음악이 주는 유흥적인 효과에만 그치지 않고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인정하고 올바른 교육이 될 수 있도록 힘썼던 것이다.
언어(시)와 음악(노래와 기악), 무용, 체육 등을 하나로 보는 고대 그리스 사회에서 청년들에게는 이것들이 필수 교육이었으며 국가 인재를 키우는 당연한 과정이라 생각했다. 그랬기 때문에 흔히 수학자, 철학자로 알려진 피타고라스는 사실 음악사적인 면에서도 큰 획-울림을 수로 계산해 음계를 정의했으며 이 피타고라스 음계는 현재 클래식에서 하는 조율의 기초가 되었다-을 그은 인물이다.

고대 그리스 사회에서 한 사람이 한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시인, 철학자, 음악가, 정치가, 천체연구가, 기하학자, 수학자, 군사무기발명가 등 다방면에서 고루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까닭은 모든 것을 하나의 원리로 받아들이고 학문에 차등을 두지 않는 교육을 했기 때문이다.

머리로만 알고 있던 지식이 한번 보고 경험하는 것에 의해서 얼마나 입체적으로 살아나는가 하는 ‘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다’를 새삼 필자의 그리스 방문을 통해 느낀다. 플라톤이, 아리스토텔레스가 살아 돌아와서 얘기해준 것도 아니고 눈앞에서 고대 음악축제를 본 것도 아닌데 그리스 본토에 와 있다는 이유로 이 모든 것들이 생생하게 다가온다니 해외 통신원으로서 한국에 있는 음악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외국에서 이 아름다운 것들을 미처 알아보지 못하고 돌아간 이들에게, 이 아름다운 것들이 그리운 이들과 잊었던 이들에게 현장에서 보는 것과 같은 감동을 전달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되새기게 한다.
민주주의와 문명과 문화, 그 모든 것들의 발상지이자 그것들의 태동이 느껴지는 그리스에서 고국의 소식을 안타까워하며 문화통 독자들에게 안부를 전한다.

박승유 통신원 mhton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