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적벽지애(赤壁之愛)를 감상하고
| 2015. 12.28(월) 10:3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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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연은 화순군이 주최하고 공연 기획, 제작 전문회사인 ㈜위드플래닝펌이 주관으로 열렸다. 가무극은 화순 적벽과 운주사, 주자묘 등을 배경으로 원나라 세조 쿠빌라이가 보낸 몽고의 자객들에게 쫓기고 있는 송나라의 유학자 주잠의 딸 주홍과 그를 보호하려는 고려 청년 구존유의 운명 같은 사랑을 통해 국적을 초월한 두 남녀의 아름다운 인연을 보여준다.
특히 주자학의 시조 주자선생의 증손인 주잠이 고려 고종(1212년) 때 망명해 신안주씨의 시조가 되면서 능주면 천덕리에 건립된 주자묘에 얽힌 전설을 바탕으로 기획됐다. 지금으로부터 수백년 전, 배를 타고 중국에서 건너온 한 여인이 화순적벽 앞에서 자신의 고향을 그리워했다.
주홍은 원나라에게 쫓겨 화순 능주에 있는 구씨 집성촌에 은거했던 주잠은 능성구씨 집안 구존유를 사위로 맞아들인다. 낯선 이국땅인 화순에 주자를 모시는 사당인 주자묘가 있는 것도 그의 후손인 주잠과 고려의 인연에서 비롯된 것이다.
화순적벽은 1973년 5월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일반인의 출입은 통제돼 왔지만, 중국 관광객 유치를 위해 개방하자고 자주 이야기 한 곳이다. 붉은 절벽 위로 하오의 햇볕이 쏟아지자 겹겹이 층을 이룬 단애(斷崖)의 절경이 드러나, 불어오는 바람에 수면에 어린 풍광이 미세하게 흔들린다. 붉은 절벽이 하늘과 바람, 푸른 물과 어울려 한 편의 수묵화를 이루었다.
중국의 적벽은 삼국지 적벽과 소동파 적벽 등 4곳이 있다. 이곳에도 이서적벽, 보산적벽, 창랑적벽, 물염적벽 4곳이 있다. 적벽이라는 명칭은 1519년 기묘사화 후 동복에 유배 중이던 최산두(1483∼1536)선생으로 이곳의 절경에 반했던 모양이다. 동복에 유배된 그는 이곳에 은거하며 정신적 자유를 누렸다. 동복 일대의 기암괴석을 보고 삼국지의 적벽대전을 떠올렸던 그는 ‘조선적벽’이라 하였고, 이후 수많은 시인묵객들의 시재가 되었다.
방랑시인 김삿갓(1807∼1863)도 적벽의 풍광에 빠져 말년을 이곳에서 보냈다. 적벽을 비롯한 동복 일대를 제 2의 고향으로 삼을 정도였다. 청정의 산세와 지순한 풍취에서 고향의 안락을 느꼈으며, 지필묵을 꺼내 일필휘지로 시를 써내려가곤 했다.
물염적벽에는 광주전남의 8대정자의 제1호인 물염정(勿染亭)이 있다.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다’라는 뜻의 물염정은 송정순(1521∼1584)선생이 관직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내려가던 중 경치가 좋아 지은 데서 연유한다. .
운주사는 KBS 역사스페셜에서 중국 절강성 문화가 전당강, 항주, 영파를 통해 영산강을 따라 흘러 왔다고 한 적이 있다. 주자의 아버지 주위재는 신안현(강서성 무원현)에서 태어나 벼슬을 복건성 우계에서 했다. 주자는 그곳에서 태어나 바로 옆의 무이산(武夷山)에서 주자학을 완성하였다.
주자의 제자들이 주자를 가리켜 “공자가 다시 태어났다”라고 말할 정도였으니 얼마나 훌륭한지를 알 수 있다. 그는 신안현에 2차례나 방문하였으며, 그 후손이 다시 신안현에서 이거하였다.
주자의 증손인 주잠이 송나라가 망하자 원나라를 피해 신안강을 따라 부춘강을 거쳐 전당강에서 영산강으로 들어오게 된다. 부춘강에는 한(漢)나라시대 엄자릉이 은둔생활을 하면서 낚시질을 했던 조대(釣臺)가 유명하고, 원나라시대 화가 대치(大痴) 황공망의 ‘부춘산거도’를 그린 장소로 유명하다. 그곳 주변에 손권의 고향이 있으며, 제갈공명의 후손들 5천여명이 살고 있는 제갈촌이 있다.
추사 김정희선생은 허련의 그림을 보고 “압록강 동쪽에 이보다 좋은 그림은 없다. 황공망의 그림과 같다”하여 허련의 호를 소치(小痴)로 호를 바꾸게 하였다. 부춘산거도는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으로 가로 637cm 세로 33cm로 절반은 대만 고궁박물관에 있고, 절반은 중국 박물관에 있다.
이번 ‘적벽지애’라는 가무극을 통해 한중(韓中)간의 문화교류는 물론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도 한몫을 할 수 있으리라 믿으며, 광주나 서울에서도 공연을 했으면 한다.
강원구 < 행정학박사. 호남문화관광연구원장 >
강원구 위원 mht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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