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염병대신 시를 던진' 문병란 시인 타계

29일 5.18묘지 안장키로

2015. 09.25(금) 10:55

고 문병란 선생

‘아름다운 시’ 대신 현실참여시를 통해 잘못된 상황과 부정과 부패에 대한 통렬한 지적을 통해 부조리한 사회의 개혁을 주장했던 문병란(文炳蘭) 민족시인이 25일 새벽 별세했다. 향년 81세. 발인은 추석이 끝나는 29일 오전 8시 조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거행되며 오전 10시 민주광장(옛 전남도청)에서 노제를 지낸 뒤 낮 12시 국립 5.18 묘지에 안장된다.

지역 문인과 민주동우회 등을 중심으로 장례절차가 논의 중인데 민주사회장으로 거행 하며 발인 전날 문학제 등을 하는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화순출신은 문시인은 조선대학교 문학과를 졸업하고 1962년 ‘현대문학’에 ‘가로수’가 김현승 시인의 추천 완료하여 문단에 나왔다. 1988년에 조선대학교 국문과 교수로 활동하면서 1970년 첫시집 ‘문병란시집’ 발간을 시작으로 ‘정당성’ ‘죽순(竹筍)밭에서’ ‘저 미치게 아름다운 푸른 하늘’ ‘땅의 연가’ ‘아직은 슬퍼할 때가 아니다’ ‘ 5월의 연가’ ' 양키여 양키여' 등 많은 작품집을 통해 이 땅의 부조리에 저항했다.

특히 제 2시집 “정당성”(1973) 이후 아름다운 시를 버리고, 소명의식을 지닌 현실 참여시 창작에 몰두했다. 민중지향적 리얼리즘의 시로 반유신, 반독재 시편들이 우리나라 참여시의 선봉에 설 수 있었다.

생전 서재에서

문병란은 실제로 5.18 광주민주화 운동당시 내란음모선동자로 수배되어 구속되기도 했다. 그러나 석방된 뒤에도 꾸준히 시로서 저항하기도 했는데 뉴욕 타임즈는 ‘ 화염병대신 시를 던진 저항시인’으로 쓰기도 했다.

그는 민중의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그의 시어는 “별다른 지식 없이도 한번 읽으면 이내 그 뜻을 알 수 있는 평범하고 친숙한 언어”였다. 그의 ‘쉬운 시 쓰기’는 민중 속으로 들어가는 문학의 기법이며, 지식인을 위한 모더니즘 시를 극복하는 그의 문학적 방법이었다.

유신독재에 저항해 온 문병란은 광주민중항쟁 이후 “광주사태 배후 조종자”로 지목돼 구속되기도 했다. 80년 이후에는 광주라는 역사적 공간을 더욱 치열하고 비장하게 다룬 시 “죽순밭에서”에 이어 “땅의 연가”가 판매금지 조치를 당하는 비운을 겪었다.

그는 80년대 ‘정당성’ ‘죽순 밭에서’ ‘벼들의 속삭임’등이 판금 조치를 당하는 등이 고난을 겪었지만 정의의 붓을 놓지 않고 무등산의 등신대, 또는 파수꾼으로 살면서 남도사람들의 삶을 서정적으로 보여주었다.
'
한편, 문시인은 대학 졸업 후 순천고, 광주일고, 전남고 교사를 거쳐 조선대학교 국문과 교수로 근무하다 해직된 바 있다. 1988년 조선대학에 복직,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시창작법’ ‘현대시론’ ‘민족문학론’ 등을 강의해 오다 2000년 8월 정년퇴직하였다. 대학재직 시절 전국교수협의회 공동의장, 남북민족교류협의회 이사, 광주전남민족작가회의 고문을 맡은 바 있으며 활발한 문학활동으로 요산문학상, 금호예술상, 광주시문화상 등을 수상하였다. 마지막 공적활동으로 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 이사장을 맡아 문화교류를 통한 지역문화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


지형원 기자 mhtong@hanmail.net        지형원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