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기의 주말&영화>난니 모레티 감독 ‘나의 어머니’

제 68회 칸영화제 특별상 수상작
2015. 08.28(금) 22:19확대축소
난니 모레티 감독의 <나의 어머니>가 이번 주 개봉 직후 남녀노소를 불문한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과 감동을 선사하며 입소문을 얻고 있다.

유럽 극장가에서 상영 당시 ‘예술 영화의 묘미를 선사해 준 걸작’이라는 찬사를 받은 <나의 어머니>는 칸영화제 감독상, 황금종려상 수상경력의 난니 모레티가 30여 년간 교직에 계셨던 어머니와의 추억이 담긴 자전적인 이야기다.

<나의 어머니>는 엄마와의 이별을 앞두고 가족도, 일도, 사랑도 마음처럼 쉽지 않은 영화감독 마르게리타와 그녀의 곁에 함께 하는 사람들이 겪는 우아한 유머와 담담한 슬픔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이태리를 대표하는 거장 감독답게 언론의 극찬과 더불어 세대를 막론한 관객들의 보편적인 공감을 이끌어 내며 입소문을 얻고 있는 가운데 난니 모레티의 품격과 취향을 엿볼 수 있는 영화 속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주요 내용을 인용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에피소드 1: ‘마르게리타’, 로마의 영화관에서 젊은 날의 자신과 마주하는 장면+빔 벤더스 <베를린 천사의 시>(1987)
엄마와의 이별을 앞두고 일, 가족, 사랑 모든 것에 혼란스러워 하는 주인공 ‘마르게리타’가 영화관 앞 인파 속에서 젊은 시절의 자신과 마주하는 인상 깊은 장면에서 관객들이 좋은 영화라며 기다리는 영화는 바로 빔 벤더스 감독의 <베를린 천사의 시>.

독일을 대표하는 거장이자 뉴저먼 시네마의 기수 빔 벤더스의 대표작으로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에서 영감을 받고 작가 페터 한트케와 함께 쓴 시나리오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천사 다미엘의 이야기를 담은 판타지 드라마로 빔 벤더스 감독에서 칸 영화제 감독상을 안긴 수작이다.


에피소드 2: ‘배리’, 거장 큐브릭과의 인연은 진실인가? 허세인가!, <시계태엽 오렌지><샤이닝> 스탠리 큐브릭 감독(1928-1999)
할리우드 유명 배우로 마르게리타가 연출을 맡은 신작의 주연으로 캐스팅되어 이태리로 건너온 배리. 어디까지 진실이고 어디까지 허세인지 모를 만큼 엉뚱하고 호기스런 그가 마르게리타와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풀어 놓는 거장 스탠리 큐브릭과의 캐스팅 에피소드 역시 영화 팬들이라면 기억할 만한 장면이 되고 있다.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거장 감독인 스탠리 큐브릭은 <롤리타>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 <시계 태엽 오렌지> <샤이닝> <풀 메탈 자켓> 등 발표하는 영화마다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으며 이후 수많은 감독 등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유명하다.

에피소드 3: 반갑다 로마야! 로마에 온 미국 배우 ‘배리’를 흥분시킨 거장들+로셀리니! 안토니오! 페트리! 펠리니!
로마에 도착한 배리가 “반갑다 로마야!”를 외치며 흥분하는 장면에서 등장하는 로셀리니, 안토니오, 페트리. 펠리니는 모두 이태리 영화사를 대표하는 거장 감독들의 이름이다.

이태리 출신 영화 감독인 로베르토 로셀리니는 영화사상 가장 혁신적이고 그래서 가장 위대한 예술가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인물. 네오 리얼리즘의 선구자 정도로만 알려져 있지만 한편으로 누벨 바그의 아버지이기도 했고 현대 영화의 창안자이기도 했다. 대표작으로는 <무방비 도시> <전화의 저편> <독일 영년> <이태리 여행> 등이 있다.

또 한 명의 이탈리아 거장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는 2차 대전 직후 새로운 가치관 속에서 개인적인 문제들, 도덕적이고 정신적인 면에 관심과 주의를 기울이며 모더니즘의 세계를 구축했다. 첫 장편 <사랑의 연대기>를 비롯하여 <정복된 사람들> <외침> <정사> <밤> <태양은 외로워> <붉은 사막> <욕망> <여행자> 등의 작품을 남겼다.

엘리오 페트리는 다큐멘터리 제작과 카를로 리자니, 푸치니, 디노 리치 같은 이태리 감독의 각본을 쓰는 일로 영화계에 발을 디뎠다. 최고 작품으로 평가 받는 <10번째 희생자>를 비롯해 <완전 범죄>로 칸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과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했다.


1977년 발표한 <노동자 계급 천국에 가다>로는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아카데미상을 5번이나 수상한 페데리코 펠리니는 학교 교육은 받아본 적이 없으며, 유랑 극단을 따라다니며 젊은 시절을 보냈다.

21살 개그맨으로 영화와 인연을 맺은 그는 로베르토 로셀리니 감독을 만나 조감독으로 본격적인 영화 일을 시작했으며 <청춘 군상>을 시작으로 <길> <절벽> <카리비아의 밤> <달콤한 인생> <8과 2분의 1> 등 이태리 영화와 펠리니를 동의어로 만든 명작들을 만들어냈다. 이같은 영화 공적을 인정받아 아카데미에서 찰리 채플린, 오손 웰즈, 알프레드 히치콕에 이어 4번째로 아카데미 명예상을 수상한다.

에피소드 4: 필~ 받은 ‘배리’가 열창한 우유송 ♫은 역사적 옴니버스 <보카치오 70> 페데리코 펠리니 편 <안토니오 박사의 유혹> 속 등장하는 CM송 .이태리에서의 영화 촬영에 한껏 들뜬 배리가 로마 거리가 떠나가게 부르던 정체불명의 ‘우유송’ 역시 알고 보면 난니 모레티의 페데리코 펠리니를 향한 존경의 의미가 담겨 있는 설정이다.

페데리코 펠리니, 비토리아 데 시카, 루키노 비스콘티, 마리오 모니첼리가 네 개의 에피소드를 연출한 옴니버스 영화 <보카치오 70>에서 페데리코 펠리니가 연출한 <안토니오 박사의 유혹>에 등장하는 음악이다. 영화는 청교도적인 엄격한 삶을 살고 있는 안토니오 박사가 자신의 집 앞에 놓여진 광고 표지판 속의 육감적인 미인이 살아 움직이는 환상에 시달리는 내용으로 영화 속 안토니오 박사가 첫 눈에 반한 미인이 광고하는 우유의 CM송이 바로 ‘배리’가 목청을 높여 부르던 노래이다.

노래를 부르기 직전 “안녕하신가! 페피노 데 필리포!”라고 외치는데 페피노 데 필리포는 안토니오 박사를 연기한 배우의 이름으로 페데리코 펠리니의 전작을 통해 영화 매니어들에게 익숙한 배우이다.

에피소드 5: 귀여운 허세남 ‘배리’의 차기작은 소울이 넘치는 갱스터 영화+험프리 보가트, 제임스 카그니, 에드워드 로빈슨 그리고 전설의 감독 오손 웰즈 <악의 손길>처럼. 괴짜스러운 면모로 마르게리타를 괴롭게 하는 배리가 속도 모르고 다음 작품도 같이 하자며 새로운 캐릭터를 구상하는 장면에서도 시네 필이라면 귀가 쫑긋해지는 이름들이 등장한다.

갱단, 사립 탐정 등 미국의 특징적인 일면을 개성 강한 연기로 실감나게 선보인 험프리 보가트는 국내에 <카사블랑카>로 잘 알려진 배우이다.

제임스 캐그니는 영화 사상 최고의 터프가이로 기억되는 명품 배우로 <더러운 얼굴의 천사>로 아카데미 남우상 후보에 오르고 <양키 두들 댄디>로 남우 주연상을 수상했다. 에드워드 로빈슨 역시 갱스터 영화, 범죄 영화를 주름 잡으며 인기를 얻은 배우이다.

1949년 <이방인의 저택>이라는 영화로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다. 영화 역사상 가장 위대한 데뷔작으로 손꼽히는 <시민 케인>으로 유명한 오손 웰즈의 <악의 손길>도 깜짝 언급된다.
강렬한 느와르 장르로 허름한 변경 마을의 스트립 바와 모텔을 무대로 펼쳐지는 타락과 양심에 관한 섬뜩한 이야기인 <악의 손길>은 아직까지도 수 많은 영화 감독들의 경의를 받는 작품이다.

이처럼 다양한 흥밋거리를 극중 삽입 시키고 있는 <나의 어머니>는 제 68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공식 초청, 상영된 뒤 “상실을 통해 새로운 시작으로 나아가는 인간의 여정을 유머와 함께 우아하게 탐구하는 명작!”이라는 호평을 얻으며 특별상을 수상했다.

서구 극장가 공개 당시 “난니 모레티 감독 작품다운 절묘한 유머와 드라마의 조합! 훌륭하고, 강렬하고, 절제된 영화가 탄생했다!”(할리우드 리포터), “상실에 대한 난니 모레티의 해석은 의심할 바 없이 효과적이며, <나의 어머니>는 강렬한 순간들을 선사한다!”(버라이어티), “감동적이고 섬세한, 괴물 같은 작품이 탄생했다!”(더 플레이리스트) 등 호평을 받은 화제작이다.


이경기<데일리 오예스닷컴 발행인 >

박원지 기자 mhtong@hanmail.net        박원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는 [문화통] 홈페이지(http://www.mtong.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mtong.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