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칼럼> 이순신과 명량해전

2014. 08.07(목) 11:19

영화 '명량'을 보면서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을 생각하게 되었다. 오늘날 남한과 북한, 영남과 호남, 그리고 좌와 우가 모두 인정하고 존경할 수 있는 인물이 과연 누가 있단 말인가? 있기는 있다. 바로 이순신이다. 어느 한쪽에서도 태클을 걸 수 없는 지도자다. 중국 공산당과 대만 국민당 양쪽에서 모두 존경하는 인물이 손문이다. 손문 이야기가 나오면 치고받던 양쪽이 서로 침묵의 공감대를 형성한다. 일본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드라마나 영화에 단골로 등장하여 원기를 북돋아 주는 인물이 명치유신의 주역 사카모토 료마다. 근세 일본의 내전을 막고 세계 역사상 매우 드문 평화적 정권 교체를 이루어 낸 인물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이순신이 있었던 것이다.

명량해전은 불과 13척의 배로 거의 20배가 넘는 규모의 왜군을 물리쳤던 영화 같은 전투였다. '울돌목'이라는 매우 빠른 해류가 흐르는 자연 지형을 이용해 이겼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 이겼는지 그 자세한 과정은 모르고 있었는데, '명량'을 보니까 그 해상 전투 과정의 세부적인 모습이 묘사되어 있었다. 영화 제작진이 고증에도 상당히 신경을 썼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서양 해전사(海戰史)에서 꼽는 전투가 여럿 있지만, 필자는 기원전 5세기에 아테네 해군과 페르시아 해군이 정면으로 붙었던 '살라미스 해전'을 가장 비중 있게 생각한다. 이 전투도 아테네의 장군 테미스토클레스가 육지와 섬 사이의 좁은 해협이라는 지형적인 조건을 이용해 3~4배가 많았던 페르시아 해군을 격파했던 것이다. 삼국지의 '적벽대전'도 동남풍이라는 바람의 방향을 이용한 제갈공명의 승리였다.

이순신에게 죽은 동생의 원한을 갚기 위하여 '명량해전'에 선봉으로 참가한 일본 해적의 오야붕 구루시마 미치후사(來島通總)는 당대 최고 정예 병력을 거느리고 왔지만, 본인도 결국 목이 잘려 효수되는 최후를 맞는다. 이때 죽은 왜군들이 진도 왜덕산(倭德山)에 묻혀 있다. 현재 히로시마 일대에서 주로 조선업을 하는 해적 후손들은 그때 죽은 선조들의 부대 명단을 지금도 보존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이순신 장군의 영령이시여! 우리 민족에게 힘을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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