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한국화가 아산 조방원 선생 별세

2014. 05.09(금) 14:47

원로 한국화가 아산(雅山) 조방원(趙邦元) 선생이 9일 새벽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8세. 고 조방원 선생의 유해는 광주역장례식장에서 안치돼 있으며 11일 노년에 칩거했던 곡성군 죽곡면 연화리에 안장된다. 슬하에 2남2녀를 두었다. 문의: 062-264-4444)

아산 조방원 화백은 1926년 신안군 지도면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를 마치고 고향에서 한학을 공부하다가 19세 때 남농문하에 들어선 뒤 평생을 화가의 길을 걸었다. 1953년 제 2회 국전에서 입선한 것으로 시작으로 국전 4,5,6,7회 연4회 특선으로 추천작가에 올랐으며 초대작가를 거쳐 심사위원을 역임했다.

선생은 국악에 대한 남다른 애정으로 1968년 사비를 들여 남도국악원을 설립하기도 했으며 임방울선생 국악 테잎을 제작해 배포하는 등 우리 국악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또 1986년 이지역에서는 최초로 아산미술문화재단을 설립, 후학들을 뒷바라지했으며 희귀 간찰을 비롯한 소장품 6,803점 전남도에 기증, 전남도립 옥과미술관 설립의 터전을 마련하였다. 선생은 미술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1998년 대한민국문화훈장 보관장을 수여받았다.

아산의 조방선 선생의 작품은 색채의 현란함을 떨쳐버리고 유현(幽玄)한 내면의 깊이를 추구하는 작가다. 먹색하나로 다양한 자연의 색과 형상을 그려내 ‘먹 산수’의 대가로 불린다. 그는 평생을 그림을 그려왔지만 작품세계의 변화는 그다지 많지 않다. 이는 그가 형태의 변화를 추구하지 않고 내면의 변화, 즉 그림의 깊이를 변화시켜 왔기 때문이다.

대표작 '명천'鳴泉 45.8×66.8cm 수묵담채

아산은 특히 풍수에 관심을 두면서 그의 산은 ‘천지의 뼈대’로서 인식되고 있으며 나무는 남도판소리 ‘쑥대머리’를 형상화 한 듯 한 모양새로서 차별성으로 갖는다. 그는 작품 속에 산사나 민가를 배치할 때도 풍수를 따진다. 그가 사경(寫景)이 아닌 사의(寫意)를 표현하는 작가임을 증명한다.

그런 점에서는 아산의 작품은 철저히 남도적이라고 할 수 있다. 투박한 서민적 정서와 남도적인 서정이 짙게 깔려 있다. 오랫동안의 작품의 소재였던 풍속화도 남도의 풍속과 맞닿아 있으며 나무의 형태도 남도의 장승을 형상화 한 것이다. 다만 먹색이 채색의 총화라고 믿는 작가는 먹의 조화와 운필을 통해 자신의 화의를 드러낸다. 즉, 80년대는 어둡고 강한 먹색으로 암울한 사회적 현실을 반영하고 있으며 필선이 강하고 두꺼워진 것은 생명에의 의지를 번영한 것이다.

미술이론을 전공한 조광철 학예연구사는 발묵(潑墨)의 과감 없이 획으로 쳐내는 아산의 나는 기(氣)의 표상한 동시에 관념 산수의 공간적 무대와 지향점이 남도임을 보여준다고 평하고 있다.

조방원은 묵 하나에서 동양적 신비를 캐고 있으며 먹의 조화에서 이뤄지는 일필일획의 대담한 터치와 운필은 풍부한 설화와 자연에 대한 깊은 미의식으로 하여 유현미를 촉발시켜 준다. 특히 설명적 요소들을 모두 털어버린 근작들은 점하나 선하나가 버릴 것도 더 취할 것도 없을 만큼 완벽하다는 평이기도 하다.

두텁고 넓으며 멀고 가까우며 높고 낮음이 있으며, 맺고 풀어헤치는 자유분방한 먹감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禪味와 문기가 가득한 수묵화는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독특한 경지를 일러 선종의 무념무상으로까지 얘기된다. 대표작의 하나로 불리는 ‘觀瀑圖’ ‘秘庭’은 이러한 세계를 함축적으로 보여준 작품으로 인생이 무엇이고 자연이 무엇인가를 감동적으로 전해주고 있다.

1990년 대 후반 들어 곡성군 화장산(華藏山) 아래 연화리에 화실을 짓고 칩거하면서 화혼을 불태우고 있는데 노년 작들은 탈속의 경지를 보이면서 전통수묵산수의 경계를 넘어 현대성을 획득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평이다.




지형원 기자 mhtong@hanmail.net        지형원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